[이규식 문화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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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6일 국회 본청 앞에서 개원 70주년 기념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6·13 지방선거가 끝나고 얼마 지나니 벌써 2020년 총선에 나서려는 인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름을 알만한 각계각층 중진들로부터 이제 자기분야에 자리잡을만한 신예 그리고 생소한 인사에 이르기까지 나름 이름 알리기에 열심이다. 국민들의 전반적인 정치불신 특히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모멸에 가까운 냉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회의원을 향한 열망은 뜨겁다.

특히 법조계, 공직자, 학계, 기업가들의 정치열망이 두드러지는데 그간 활동하면서 정치권력의 힘을 실감했기 때문인지 자신이 몸담은 직열에서 은퇴하여 전문지식과 경륜을 사회에 나누려는 분들은 드물다.

그러다보니 우리 사회에서 '스승'을 찾기 어려워졌다. 한 분야에 수십 년 활동한 전문가들이 자리에서 물러난 뒤 올곧은 소리와 사회봉사로 시대의 혼미를 일깨우는 역할을 기대했는데 어느새 정치권 말석을 차지하고 앉아 있다. 무엇이 이렇듯 정치권 진입 열망을 부추길까. 국회의원의 경우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직무상의 막강한 위상도 있겠지만 그에 부수되는 이런 혜텍 저런 특권 역시 큰 매력이 아닐까. 더구나 사회 대부분 직종에 정년이 있건만 정치권은 그런 제한조차 비껴나니 노후활동으로 이만한 것이 있을까 싶다. 일본에는 10선을 넘은 의원들이 많다지만 수시로 의회를 해산하고 다시 뽑는 의원내각제 체제는 우리와 다르다.

그렇다고 정치인의 활동연령을 법으로 정하는 것도 어렵다 보니 결국은 유권자들의 투표에 의한 선택이 유일한 여과장치가 된다. 출석률과 법안 발의, 발언내용 그리고 언행수준 등 여러 측면에서 세심한 관찰과 평가가 필요한데 막상 뽑히는 면면을 보면 이란 객관적 지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듯 하니 그것이 정치의 블랙 홀인지도 모르겠다. 선수(選數)가 거듭되면서 쌓이는 노련함과 수완이 중요한가, 참신한 패기와 민심의 향방을 읽는 젊은 열정에 비중을 둘 것인가로 선택 포인트를 좁혀 2020년 총선까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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