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국민연금 4차 재정계산위원회는 2057년 기금이 고갈될 것이므로 기금을 고갈시키는 것을 막고 지금으로부터 70년 후인 2088년에 국민연금이 지급해야 할 급여액의 100%를 기금으로 보유하기 위해서는 당장 내후년부터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6%로 올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러한 추계를 듣고 일부 국민들은 보험료를 내기만하고 나중에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고 이를 틈타 ‘믿을 건 개인연금뿐… 국민연금 포비아에 줄줄이 개인연금 가입 러시’라는 헤드라인으로 기사를 뽑아낸 언론도 있었다.

그러나 높은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사적연금은 국민연금보다 가입자에게 더 작은 혜택을 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후소득보장 제도가 존재하는 한 국민연금 제도보다 나은 것은 없다. 다른 선진국들이 모두 공적 노후연금제도를 가지고 있는 이유다. 사실 현재의 국민연금제도는 대부분의 가입자에게 있어서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가 향후의 급여혜택에 비해 작기 때문에 보험료율을 소폭 올리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매우 먼 미래의 기금고갈을 막기 위해 당장 보험료를 올린다면 노후소득보장 수준은 변함없는 채로 모든 국민들은 현재보다 더욱 큰 보험료를 내게 되어 가처분소득이 감소하고 그로 인해 저소비 현상이 일어나게 될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기금은 현재보다 더욱 거대한 규모로 쌓이게 될 것이다. 이것은 금융자산 가격을 올려 금융자산 소유자에게 의도하지 않은 혜택을 주게 된다. 더구나 시간이 흘러 특정 시점에 이르러서는 급여 지출을 위해 금융시장에 투자했던 것을 대거 회수해야 하는데 이는 금융시장에 심각한 충격을 줄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국민연금은 사적연금과 달라 기금이 고갈된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원래 생산활동을 하는 현 세대의 보험료로 은퇴한 세대의 노후를 보장하는 부과식을 염두에 두고 도입되었기 때문에 굳이 기금을 쌓는 적립식으로 운영할 필요가 없다. 현재 기금이 쌓여있는 것은 국민연금을 시작한 연도가 다른 국가보다 늦어서 아직 내는 사람이 많고 받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향후 받는 사람이 늘어나게 되면 지출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기금이 고갈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기금이 고갈되면 그 때는 미래 생산인구의 보험료 수입으로 급여를 지급하면 되는 것이다.

기금이 고갈되고 난 후 현재 상태가 지속된다면 부담해야 할 보험료가 크게 늘 수 있지만 그 때는 30년, 40년 후이고 보험료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할 여유가 있다. 보험료 부담을 생산인구의 임금소득에만 지우지 않고 부유한 자산을 가진 고령층의 자산소득에도 부담시킨다든가 청년층, 경력단절 여성 등 노동의사가 있는 노동력을 향후 고령화로 비는 일자리에 배치시킨다면 미래 국민연금 수입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국민연금도 사적연금과 동일하게 운영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면 현실적인 해결책 모색이 가능해진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