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성 식욕부진증 비만 공포 기인
신경성 폭식증 각종 합병증 유발
약물 오남용 우울증·무기력 초래


다이어트는 이제 모든 사람의 숙제가 됐다. 건강을 되찾거나 외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까지 그 이유도 다양하다. 하지만 ‘살을 빼는 것’과 ‘먹는 것’이 삶 전체의 주제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의학적으로 적절한 체중은 신체와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우리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체중을 조절해야 한다.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지애 교수의 도움말로 다이어트와 식이장애의 경계에 대해 알아본다.

◆신체적 건강 확인이 최우선

식이장애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식사를 거부한다는 의미에서 일명 '거식증'이라고도 한다. 병명만으로는 식욕이 없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식욕은 정상적이다. 심각한 저체중 임에도 불구하고 체중 증가나 비만에 대한 극단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신체적 건강이 매우 위험한 상태가 될 수 있고, 사망률도 5~15%로 보고되고 있다.

폭식과 구토가 반복되는 '신경성 폭식증'일 때에는 정상체중 및 과체중을 보이는 경우가 더 많다. 반복되는 폭식과 구토는 입에서부터 위장까지 구토로 인한 여러 가지 신체적 합병증을 유발하고, 잦은 구토의 경우 급성으로는 전신적 전해질 이상부터 만성적인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로 병원을 찾을 경우 반드시 신체적 문제를 확인한다. 단순히 살을 빼고자 하는 목적이나 심리적 문제가 아니라 호르몬 이상, 위장관 질환부터 심각하게는 면역결핍, 종양 등의 신체적 질환으로 인해 식이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3개월 이상 무월경이 지속되었다면 이는 식이장애가 본격적으로 신체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건강상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 식이장애 진단 시에는 식이 문제부터 여러 가지 심리적 문제까지 폭 넓은 평가가 이뤄진다. 식이장애 증상은 하나의 표현일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없는 복잡한 심리적 영향, 즉 우울, 불안 등을 넘어선 자기 자신에 대한 이미지와 기대수준, 자아존중감, 자기통제력 등이 존재할 수 있다. 당연히 감정 조절, 대인관계의 문제도 함께 따라올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식이장애가 발생했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올바른 평가가 필요하다.

◆쉽고 빠른 다이어트 약물? 2차적 문제 야기

우리는 쉽고 빠르게 체중을 감량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좀 더 확실한 것을 찾는다. 이런 생각에서 다이어트 약물의 오남용이 발생한다. 이는 전해질 불균형, 신장 및 심장질환의 발생 등 심각한 신체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매우 위험한 방법이다. 다이어트에 대한 과도한 노력이 잘못된 방법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부 다이어트 약제는 마약성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단기간만 사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수입돼 처방되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전 판매가 중지된 약물들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초기에는 살을 뺄 목적으로 약물을 사용했다가 점차 이들이 나타내는 마약성 효과, 예를 들어 우울했던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에너지가 솟고 무기력이 해소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약의 2차적 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에 약물 의존으로 빠지게 된다.

또 약물을 끊었을 때 심각한 우울과 무기력이 찾아올 수 있다. 이것은 무언가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증상이기 때문에 다이어트 약을 계속 복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때부터는 더 이상 살을 뺄 목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것이 아니라 무기력을 이기기 위해 사용하게 된다. 결국 다이어트 목적으로 약을 먹는 것보다도 중단이 훨씬 어렵게 된다.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지애 교수는 "실제 다이어트 약을 복용한 후 환청, 망상 등의 정신적 증상으로 치료받는 사례가 있다"며 "다이어트 약의 장기 복용 시 심장, 폐질환 등의 신체적 문제부터 환청, 망상 등의 정신적 증상까지 많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약물 의존 단계로 넘어갔을 경우 혼자서 끊는 것이 힘든 일이 될 수도 있는 만큼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일순 기자 ra11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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