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남운 금성초등학교 교장
백남운 금성초등학교 교장

미국 시애틀의 무어헤드(Bob Moorehead) 박사가 쓴 ‘우리 시대의 역설(The Paradox of Our Time)’이라는 주제의 글을 소개한다.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다.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었다. 집은 더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다. 더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없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란다.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우리는 동네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니며 숨바꼭질을 하고 놀았다. 숨다가 동네 축사의 변을 밟고 미끄러지기도 했지만, 동네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무서운 것도 지루한 것도 없었다. 비가 올 때 도랑을 건너다니며 송사리를 잡고 손전등을 비추면 물가로 털이 북슬북슬한 민물 털게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시대 유일한 문명의 이기는 라디오였으며 연속극 시간이 되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옹기종기 모여 앉아 연속극 이야기를 심취해 들었다. 보이지 않는 소리의 세계에서 나는 주인공의 얼굴, 옷차림, 주변의 분위기를 상상하며 나만의 세계를 창조하곤 했다. 그러다 흑백 TV가 나오고 컬러 TV를 거쳐 요즘은 3D 영화까지 나왔으니 내가 창조했던 그 상상의 세계가 요즘 아이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세상이 돼 버리고 말았다. 편리함, 정보수집, 게임, 영화 감상, 음악 감상 등의 목적으로 우리 생활의 필수품이 된 물건이 있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어른이 된 지 한참이나 지난 나조차도 휘둘려 시간을 낭비하는 때가 종종 있다. 아직 어린 우리 아이들에게야 스마트폰의 영향력이 어떠할까? 어쩌면 우리 시대의 사람들은 모두 스마트폰 중독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또 정작 본인들만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편리함’이라는 문명의 이기 뒤에 감춰져 있는 ‘영혼의 메마름’을 바라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남들 하는 대로 대충대충 빨리’가 아니라 ‘너와 우리를 생각해서’ 속도는 느리더라도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하는 올바른 가치관 함양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때이다. 이를 추구하는 가치관 교육이야말로 기본을 지키고 기초를 바로 세우는 교육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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