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지난달 30일 대전시립합창단은 대전시립교향악단과 협업으로 멘델스존 엘리야를 대전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렸다. 구약성경 예언자 엘리야와 관련된 극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오라토리오 엘리야(Elias, 1846)는 19세기 종교음악의 역사성을 띠고 합창음악을 대표하는 걸작이다.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멘델스존이란 한 음악가를 규정하는 종교적 정체성과 그가 합창을 통해 무엇을 이루려고 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일차적이다.

독일 작곡가 멘델스존(1809~1947)이 활동했던 19세기 중반은 더 이상 종교음악의 시대가 아니다. 중세시대 그레고리오 성가에서 시작된 클래식음악 역사는 17세기를 기점으로 종교음악에서 세속음악으로 대이동하는 변곡점을 지나간다. 오페라가 발생하고 세속음악이 확대된 바로크 시대를 거쳐 소나타, 교향곡, 실내악곡이 대세인 18세기를 지나자 합창은 19세기 거의 유일한 종교음악 장르로 간주됐다. 독일에서는 교회음악의 정신과 가치를 지닌 과거 합창을 연주, 보존하는 단체가 생겼고 그에 따라 합창음악이 융성하기 시작했다. 멘델스존은 이러한 움직임의 중심에 서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한편 유대인의 핏줄로 태어난 멘델스존은 부모로부터 개신교 세례를 받고 유대인과 기독교도의 정체성을 동시에 지녔다. 19세기 전반기는 계몽사상과 멘델스존의 조부이자 철학자 모제스 멘델스존(1729~1786)이 주장한 종교적 관용사상의 영향으로 잠시 유대인을 향한 뿌리깊은 차별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시기다. 관용사상의 최대 수혜자인 작곡가 멘델스존은 종교음악을 통해 자신이 진정한 기독교도임을 천명하고 기독교 신앙이 지닌 고귀한 정신을 음악회장에서 설파하려고 시도했다. 즉 멘델스존에게 있어 오라토리오 엘리야는 그 자체의 탁월한 예술적 성취를 넘어 장대한 종교음악이 품은 경건함을 교회 밖에서도 느낄 수 있는 음악이어야 했다.

따라서 엘리야의 성공이란 단순히 연주를 잘 해내는 기술적 부분을 넘어서 최종 목표인 신앙의 가치를 진정으로 전달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엘리야는 독창, 중창, 합창 총 43곡, 2부로 구성돼있다. 바로크 음악 형식인 오라토리오에 풍부한 관현악법과 서정성 넘치는 낭만적 감성이 충만하다. 전곡에 걸쳐 감동적인 메시지와 균형잡힌 울림이 근간을 이루며, 엘리야가 믿는 하느님과 이교도의 바알신이 불의 대결 장면을 벌이는 1부 끝 부분이 음악적으로 가장 클라이맥스를 연출한다.

톨 지휘자가 이끄는 대전시립합창단은 가사 내용에 따라 극적 대비를 정교하게 조율하며 분노와 자비, 갈등과 화합이 야기하는 감정표현을 탁월하게 이끌어냈다. 특히 엘리야 역 베이스 정록기와 테너 김세일, 소프라노 조윤조, 알토 김선정 이 네 가수는 맡은 배역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입체감있는 생생한 작품을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가수 한 명 한 명이 매번 감정표현을 섬세하게 표현해야 그 의미가 온전히 전달되는 오라토리오 특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단지 기악적 흐름에 익숙한 오케스트라 반주가 성악곡이 지닌 섬세한 느낌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받쳐주는 데는 더 많은 노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대전시립합창단의 멘델스존 엘리야는 음악적 성취를 넘어 진정한 종교음악의 면모를 보여줘야 하는 두 가지 목표를 훌륭히 해내며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수준높은 음악적 완성도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하는 대전시립합창단의 노고가 빛을 발한 연주였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