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 개발 ㈜동양환경 기술 이전… 3~5년 이내 상용화 전망

스마트기기나 리튬배터리 등의 핵심인 ‘인조흑연’은 가격이 비싸지만 대체할만한 소재가 없어 매년 사용량이 늘고 있다. 국내에선 아직 이렇다 할 제조 기술이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인조흑연의 원료인 ‘피치’를 석유 정제 후 남은 부산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첫 개발돼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4일 한국화학연구원에 따르면 탄소산업선도연구단 임지선 박사 연구팀이 인조흑연 원료 피치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동양환경에 기술이전했다.

인조흑연은 우수한 전기·열 전도성을 가지고 있어 스마트폰, 텔레비전, 컴퓨터 이차전지 음극재나 방열부품 등에 쓰인다. 음극재는 양극재, 분리막, 전해질과 함께 이차전지를 구성하는 4대 소재 중 하나다.

국내에선 4대 소재 중 유일하게 음극재를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실제 지난해 8월 기준 인조흑연 수입량은 54만㎏이며, 수입액만 623만 5000달러에 이른다. 앞으로 전기자동차 성장세와 함께 인조흑연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조흑연을 만들기 위해선 원료인 피치가 필요하다. 피치는 원유에서 휘발유와 경유 등을 정제한 뒤에 남은 부산물(석유계 잔사유)로 만든다. 석유화학 공정상 피치 제조기술은 현재 미국, 일본, 독일 등에만 있다. 우리나라는 석유화학 분야에서 세계 3~5위 수준이지만, 공정 부산물 활용 기술이 없어 대부분 저급 연료로 사용해왔다.

공급 가능한 수급처가 한정돼 있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가격 변동성도 적지 않게 발생하는 것이 바로 인조흑연이다.

연구팀은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피치 제조기술을 구현했다. 피치를 만들려면 400∼600도의 열과 함께 전기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피치를 만들 수 있는 국내 기업 맞춤형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기술이전 기업은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산업단지에 있어 부산물을 바로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운송비도 절감할 수 있다.

새로운 공정은 찌꺼기 원료로부터 최종 피치가 생산되는 비율(수율)이 높아 중국과 인도에서 생산한 저가 피치보다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다.

현재 연구팀은 피치를 인조흑연으로 제조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앞으로 3~5년 내 인조흑연 제조 기술이 상용화되면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효과도 생길 전망이다.

임지선 단장은 “현재 연구 중인 인조흑연 제조기술과 접목하면 인조흑연을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며 “자원 확보 지평을 넓힐 뿐만 아니라 수입 대체로 인한 사회·경제적 효과를 크게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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