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과학고 수도권 학생 75%, 올해 대전 입학생 17명 그쳐
사교육 특구 지역서 다수 입학


사교육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수도권 학생들이 대전지역 영재학교로 대거 몰려들면서 우수한 지역인재 선발을 위한 교육환경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자유한국당 조훈현 의원이 공개한 '전국 8개 영재학교 입학자 현황'을 보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중학교 출신 학생이 전체(831명) 입학생의 절반이 넘는 69.7%(579명)에 달했다.

영재학교 입학생들은 유명 학원가가 밀집한 서울 강남구과 양천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 고양시 일산서구 등의 출신 비중이 높았다.

전국에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한다는 영재학교 모집요강이 무색할 정도로 서울과 수도권에 위치한 학교들 역시 집중 현상이 두드러졌다.

서울과 경기 출신 입학자 비중은 서울과학고 90.8%, 경기과학고 88.1%,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81.8%에 달했다. 대전지역 영재학교인 대전과학고도 올해 입학생의 경우 서울 41명, 경기도 24명 등 수도권이 75.3%였고, 대전은 17명에 그쳤다. 이어 대구·전북·충북 각각 2명, 경남과 충남 각 1명에 그쳤다.

이처럼 서울과 수도권 학생들이 전국 영재학교에 집중되는 현상은 사교육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15 영재학교의 영재 선발' 자료에 따르면 영재학교 재학생 85.3%가 입학을 위해 사교육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80% 이상은 중학교 2, 3학년 때부터 사교육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재학교 입학전형이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 영재학교의 입학전형은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와 달리 내신을 거의 요구하지 않고, '영재성 검사'와 '영재성 캠프'가 당락 여부를 좌우한다. 일종의 지필고사인 영재성 검사와 심층면접이 진행되는 영재성 캠프 모두 사교육 없이는 준비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영재학교들이 기출문제를 공개하지 않아 학생과 학부모들은 보다 전문성을 가진 학원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영재 교육이 사교육에 의지해 있는 상황을 극복하려고 영재학교들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전과학고 관계자는 "사교육 영향을 줄이려고 지난해부터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사고·분석·해결능력 등 사고력 판별을 위한 문제를 출제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중학교 교육과정 범위 이탈 방지를 위해 문제 검토에 현직 중학교 교사를 위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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