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걱정만 한가득

추석특수 실종·경기 침체 中企 상여금 축소·선물 대체
충청권 경기전망도 어두워 “경제 활성화 대책 역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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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대전지역 중소기업과 근로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지속적인 경기침체와 내수부진으로 이른바 ‘추석 특수’가 실종된 가운데 올해 초부터 누적되기 시작한 최저임금 인상발 피로도가 더해지면서 상여금도 없어질 것이란 분위기 때문이다.

3일 대전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올해 추석 상여금을 예년 대비 20~30% 축소시키거나 상여금을 대신한 선물로 대체하려는 지역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우선 수출 부진과 부분 파업 여파 등으로 총 생산 물량 감소를 택한 주요 완성차 업체들로 인해 지역 내 상당수의 중소 부품 협력업체들은 연일 비상 경영 태세다.

지역 자동차 부품 회사인 A 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로 2014년 5.8%의 영업이익 기록 이후 매년 하락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현재 영업이익으로는 은행 대출이자 갚기도 빠듯해 이미 임직원 임금까지 동결한 상황”이라며 “어려운 상황을 함께하는 직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예년보다 적은 추석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토로했다.

작업용 피복을 생산하는 B 업체는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상여금 대신 생필품으로 구성된 선물 세트를 지급하기로 했다. B 업체 관계자는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것은 직원들이 더 잘 아는 만큼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갈수록 어려워지는 사정에 차라리 명절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이처럼 명절 상여금 지급마저 어려워하는 지역 중기업계의 사정은 통계로도 드러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가 최근 지역 내 업체 288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기전망조사 결과 업황전망 중소기업건강도지수(SBHI)는 82.6으로 지난해의 91.2보다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79.65)과 비제조업(85.7) 모두 기준치를 턱걸이조차 못하는 어려운 경영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의 근심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역 중소기업에서 7년째 근무 중인 이모(36) 씨는 “지난 설에는 작게나마 상여금이 들어왔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힘들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며 “회사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데 내년 최저임금 재인상 등 소식만 들려오고 있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고 울상을 지었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지역 중기업계는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을 통한 역량 뒷받침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역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보통 추석이 있는 9월은 휴가철인 8월에 비해 중소기업 업황전망치가 크게 상승하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올해는 한 자리수만 오르는 데 그치는 등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활성화 대책이 역효과로 인해 소비 감소 경향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작정 임금을 올리는 등의 정책보단 기업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사항에 정부가 귀를 귀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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