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 누가 썼을까?…대산문화 '유령작가' 특집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대산문화재단이 발행하는 계간 '대산문화'는 이번 가을호(통권 69호)에 작가 이름을 밝히지 않고 글을 선보이는 '유령작가 X'를 특집으로 기획했다고 3일 밝혔다.

대산문화 측은 "시인, 소설가, 평론가, 극작가, 남성·여성, 신진·중견·원로 등 작가의 이름 앞에 붙는 갖가지 수식어들은 때로는 작가들이 글을 쓸 때 제한을 받는 억압 기제가 되기도 한다"며 "이 모든 수식어를 떼고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창작과 감상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필자들에게 복면을 씌웠다"고 밝혔다.

네 명의 유령작가가 장르, 소재, 형식 등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쓴 글을 익명으로 기고했다.

'못 먹고 펌 랜딩'을 쓴 어느 유령작가는 "평소에 쓰지 못하던 원고를 쓰고자 했으나, 결과적으로 복면 뒤에서도 본업의 소명을 잊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기업 경리 담당 임원을 하다가 돌연 퇴직하고 아프리카 오지로 향한 50대 남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다른 유령작가는 '생시의 여러 단면'이란 제목으로 희곡에서 시작해 소설과 산문 사이의 경계를 구분짓기 어려운 형식으로 펼쳐지는 글을 시도했다.

본업에 충실하되 새로운 소재를 선택한 작가도 있다. '새로운 계급우화, 좀비 아포칼립스- 최민호의 '창백한 말'에 대하여'란 제목으로 문학평론에서 쉽게 다뤄지지 않는 장르소설 비평을 했다. 이 비평은 소설에 담긴 사회 갈등의 모습을 예리하게 읽어내며 장르소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통념과 달리 장르문학을 공들여 읽어내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번 대산문화 가을호에는 지난 8월 별세한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 황현산과의 인터뷰를 '대산초대석' 코너에 실었다. 타계하기 전 송승환 시인이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작업실을 찾아간 나눈 대담 내용이다.

황현산 선생은 '있는 그대로'의 번역을 강조하며, 번역가의 언어습관이나 "그 시대의 주관성"에 의해 어색하고 이상하게 보이더라도 쓰인 그대로 원문을 번역할 때 '보편언어'가 생겨나고 그것이 올바른 번역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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