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와 마성의 여인…파국의 ‘앙상블’

러시아 문호 도스토옙스키 원작 재해석…연적이 된 전혀 다른 성격의 두 남자
그 사이서 정착하지 못하는 한 여자 일그러진 시대 속 비극의 소용돌이로

▲ 대전예당 제작연극 ‘백치’의 로고진. 대전예술의전당 제공
개관 15주년을 맞은 대전예술의전당이 품격 있는 연극을 손꼽아 기다려온 관객들에게 오는 7일부터 15일까지 그간의 기대를 충족시킬 제작연극을 선보인다.

명품연극 레퍼토리를 개척해온 대전예당은 2018년 제작연극으로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을 대표하는 도스토옙스키의 가장 서정적인 작품이라 평가받는 ‘백치’를 선택했다. 이번 작품은 심재찬, 이성열, 박근형, 최용훈 등 이 시대 최고의 연출가와 함께 셰익스피어, 안톤 체호프 등의 고전을 재해석한다.

사진만으로도 남자를 매혹할 만큼 빼어난 외모로 모든 남자의 소유욕을 자극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미모의 여인 나스타샤. 그녀를 두고 연적이 된 서로 전혀 다른 성향의 두 남자 미쉬낀과 로고진.

극도로 순진하고 오히려 언뜻 보기에 백치 같은 단순한 성격이지만 모든 이를 순수한 마음으로 이해하는 정직하고 결백한 남자 미쉬낀과, 거칠고 신경질적이지만 우직하게 한결같은 사랑을 표현하는 로고진 사이에서 어느 한 곳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나스타샤를 둘러싸고 극은 전개된다. 이들이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는 관객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며 흥미를 더한다. 진실하고 순결한 한 인간이 탐욕과 위선으로 일그러진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결국 모두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비극을 그린 이번 작품은 대한민국 최고의 제작진과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가 뭉쳐 그 시너지가 더욱 기대된다.

▲ 대전예당 제작연극 ‘백치’의 나스타샤. 대전예술의전당 제공
우리나라 연극인을 대표하는 중견 연출가 중 한 명으로 ‘얼굴도둑’, ‘방문’, ‘시련’, ‘마리나 츠바타예바의 초상’, ‘이영녀’, ‘헤다 가블러’ 등의 작품에서 특유의 강렬한 이미지와 섬세한 심리묘사를 보여준 연출가 박정희는 ‘백치’를 통해 또 한 번 그녀의 장점을 한껏 드러낼 예정이다.

각색은 2011 신작희곡페스티벌에서 ‘그게 아닌데’로 데뷔해 대학로 연극이 가야 할 좌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동아연극상, 대한민국연극대상, 한국연극협회 베스트7, 한국연극평론가협회 베스트3까지 휩쓸며 연극계와 대중으로부터 동시에 인정을 받은 이미경 작가가 맡았다. 또 무대디자인에 여신동, 조명디자인 김창기, 의상디자인 홍문기, 분장디자인 백지영, 음악감독 장영규가 함께 참여해 믿고 보는 제작진의 완성을 이뤘다.

배우 또한 만만치 않다. 외모가 빼어난 착한 남자, 그러나 모두를 사랑하여 누구에게도 확신을 주지 못한 공작 미쉬낀 역은 이필모가, 주변을 압도하는 미인이지만 자신의 상처로 모든 인물을 혼란으로 빠트리는 여인 나스타샤 역은 황선화. 다소 산만하고 난폭하지만 나스타샤를 향한 사랑을 직선적으로 표현하는 로고진 역은 김수현이 캐스팅됐다. 거기에 임영주, 이영숙, 이성희, 손성윤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한 매력적인 배우들이 함께한다.

2016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기념으로 대전예당에서 제작한 연극 ‘오셀로’에 이어 다시 만난 박정희, 이필모, 김수현이 보여줄 환상의 호흡과 더불어 오디션에서 열정과 실력이 모두 검증된 각양각색의 배우들이 함께 만들어낼 ‘백치’는 공연장을 찾은 관객을 매료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 대전예당 제작연극 ‘백치’의 미쉬낀. 대전예술의전당 제공
특히 올해 제작연극은 작년 국립극장과의 업무협약으로 상호 협력 및 지원을 통해 문화예술발전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자 했던 목적의 결과로 이달 대전예당, 내달 서울 국립극장까지 연이어 공연된다.

도스토옙스키의 5대 장편 가운데 가장 서정적인 작품으로, 완벽히 아름다운 인간의 형상을 백치인 주인공을 통해 구현하고, 그 인간의 비극적 최후를 그린 ‘백치’가 여성인 연출가와 작가의 섬세한 시선으로 새롭게 그려질 이번 작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전예술의전당이 관객을 위해 준비한 특별한 프로그램도 꼭 챙겨야한다. 공연 관람 전 연극에 대한 이해를 돕고 보다 흥미롭게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연계강좌’가 5일 아카데미홀에서, 공연 관람 후 연출·배우와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객과의 대화’는 오는 8일 공연 종료 후 객석에서 진행된다. 제작연극 ‘백치’는 관람료는 R석 3만 원, S석 2만 원으로 14세(중학생) 이상 입장 가능하며, 예매는 대전예술의전당 홈페이지(www.djac.or.kr)와 전용콜센터(1544-1556)에서 가능하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