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은 암귀(暗鬼)를 낳게 한다>

의심은 암귀(暗鬼)를 낳게 한다.

선입관(先入觀)은 왕왕 판단의 정확성을 잃는다고 고쳐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 한 보기로써 열자(列子)는 설부편(說符篇)에서 다음과 같은 우화(寓話)를 써놓고 있다.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던 도끼를 잃어버렸다. 누군가가 훔쳐간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니, 암만해도 옆집 아들이 수상하다. 자기하고 만났을 때의 거동도 슬금슬금 도망치려는 듯한 태도였고, 안색이나 말투도 어딘가 겁을 먹고 있는 듯했다. 도끼를 훔친 것은 틀림없이 그놈이라고 생각됐다.

그런데 잃어버린 도끼는 자기가 산골짜기에 두었다가 잊어버렸던 것으로 후에 그곳을 파헤쳤을 때 갑자기 나타났다. 이거 야단났구나! 하고 집으로 돌아왔으나, 그 때 다시 옆집 아들을 보니 이번에는 일거일동이 별로 수상해 보이지 않았다.

즉 자기 선입감이 수상하지도 않은 사람을 수상하게 보게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속담에 의심생암귀(疑心生暗鬼)니 또는 ‘만사분착(萬事紛錯) 모두 의(意)에서 생긴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사람이 뜰에 오동나무가 말라죽었다. 그러자 옆집 노인은 “말라죽은 오동나무는 재수가 없다는데”라 해 나무를 잘라 버리니 영감은 자기네 땔감으로 쓸테니 달라했다. “영감님은 자기 땔감으로 쓰기 위해 나를 속이고 나무를 달라 했구려, 같은 이웃에 살면서 그런 음흉한 짓을 한단 말이오”하고 노발대발했다.

송나라에 부자가 살고 있었다. 오랜 장마가 계속되어 저택의 담이 무너졌을 때 아들이 그것을 보고 “빨리 수리해 놓지 않으면 도둑이 들지도 모릅니다”라고 충고하고, 옆집 노인도 같은 충고를 했다. 그러자 그날 밤 과연 도둑이 들어 물건을 훔쳐갔는데 이 부자 집에서는 아들에게는 선견지명이 있다 칭찬하고 옆집 노인에게 암만해도 수상하다고 혐의를 걸었다고 한다.

즉 같은 충고를 해도 듣는 사람의 선입감으로 선견지명이라도 생각하고 도둑의 협의도 걸게 된다. 인간의 마음이란 도무지 믿을 것이 못되는 모양이다. <국전서예초대작가·청곡서실운영·>前대전둔산초교장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