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온 교육타임스 논설위원

우리 시대의 장인정신이란 무엇인가. 장인정신에 대한 각국의 특징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에서는 교육과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가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중국의 장인정신은 중국 전통 가운데 옛것을 배우되 새것을 배우고, 낡은 것을 버리고 새것을 만들어내며, 본래 목적으로 돌아가서 새것을 창조하는 세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천직’을 강조하는데 이것은 종교윤리와 연관돼 있다. 독일의 장인은 일을 천직이라고 여기고, 천직은 하느님이 내려주신 신성한 것이기 때문에 물건을 아주 잘 만들어야만 하느님께 바칠 수 있다고 여겼다. 이것이 독일의 장인정신이다. 일본의 장인정신은 가족 전통의 정신이다. 장인은 평생 고용된 직업이라고 여기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고집한다. 날마다 같은 일을 하면서 점점 좋아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고 나중에는 목숨까지 바치게 된다. 즉 독일과 일본의 장인정신은 최선을 다하고, 엄격하고 정성에 정성을 더하며 봉사를 잘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장인정신은 창조와 혁신을 강조하는데, 대표적인 사람이 스티브 잡스이다. 미국의 장인정신에는 우리들이 말하는 도덕과 윤리는 미약하며 도덕과 윤리가 오히려 이들에게는 속박이다. 미국의 장인은 자유로운 활동이 요구되며 창업가 문화의 정신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에서 한국의 장인정신은 무엇이며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 한국의 장인정신은 전통적 윤리와 도덕성을 강조한 인간 정신과 과학적 창의성을 창조하는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현재 한국의 장인정신은 공업시대의 창조와 혁신이 중요하며, 정보화시대의 방법과 결합해야 한다. 즉 0에서 1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1에서 무한한 N을 만들어야 한다. 즉 우리 시대의 장인정신은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새로운 장인정신을 교육과 결합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 시대의 장인교육은 서양의 현대적인 직업교육에 중국 전통적인 믿음에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정신과 독일의 종교와 윤리 교육, 일본의 가족 전통 정신, 미국의 창조와 혁신의 장점들을 도입해 한국의 윤리와 도덕성을 바탕으로 한 도제교육과 과학적 창의성을 인문교육에 결합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장인들도 문화 지식과 윤리와 도덕성을 이해하고 실천해야 하며 동시에 자신의 역할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또 기술과 과학이 서로 융합해서 기술의 과학화 또는 과학의 기술화를 이뤄야 한다.

이러한 한국의 정서적인 장인정신의 사례를 한 수필의 장면에서 살펴보고 결론을 맺고자 한다.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글쎄, 재촉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깎다가 놓치면 되나” 윤오영의 수필 ‘방망이 깎던 노인’ 중에서의 한 대목이다. 이 작품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방망이 깎는 노인의 여유 있는 자세와 조급하고 이기적인 작자의 행동을 대비해 성실한 삶의 태도를 부각시키고, 사라져 가는 전통에 대한 아쉬움을 잘 표현하고 있는 글이다. 모든 일을 서둘러 처리하는 일부 현대인들과는 달리, 느릴지언정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성실하고 묵묵히 자기 일을 처리하는 노인의 모습을 통해 전통적인 장인정신을 부각시키고, 옛 전통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하나의 물건에도 심혈을 기울여 제대로 만들고자 했던 옛사람의 삶의 자세는 경박하게 대충대충 살아가는 일부 성급한 현대인에게 이 수필의 등장인물에 대한 인간 정신이 큰 의미로 마음에 와닿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인간 정신의 의미와 기술, 과학의 융합이 우리 시대의 장인정신으로 인식돼야 한다.

흔히 오늘날을 장인정신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인간 정신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대인은 장인정신을 미래사회의 행복한 삶과 유의미한 가치관 정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소명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우리 시대 장인정신의 슬기를 다시 한번 가슴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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