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부영 한서대학교 교수

2년 전에 태안해역 곳곳을 둘러본 적이 있다. 맨 북단 만대를 시작으로 남단 영목에 이르기까지 10일간의 탐방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익히 알고 있는 해수욕장 등 명소 이외에도 발닺는 곳곳마다 해안절경이요, 수산의 보고였다. 만대에서 내려와 꾸지나무골해변에서 바라보던 장면, 정산포에서 맞은 편 통개항까지 근소만 주위 경관, 꽃지 남측 샛별해변과 황포항 주변 절경 등도 눈에 선하다.

태안에서의 여정 동안 충남 서해안의 미래를 설계하면서 태안반도의 가치와 더불어 ‘왜 이 곳에 전국 유일의 해안국립공원이 지정되었는지?’, 그리고 ‘태안군이 전국에서 남북길이가 가장 긴 군’이란 점 등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태안군은 전남 완도, 경남 통영 등과 함께 전국 최고수준의 수산자원 보고가 아닌가! 더구나 태안반도는 세계 최고 해양수산 강국 중국, 특히 국가 해양수산기관이 집적해 있는 산동반도와 마주하고 있어 향후 해양수산교류 최적지로서의 장점도 있다. 뿐만 아니라 통일이 되면, 태안반도와 북한 옹진반도가 중국과 연계한 한반도 경제견인의 쌍두마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디 이뿐이랴? 태안반도는 170여개의 크고 작은 섬들을 거느리고 있다. 특히 격렬비열도는 중국과 영해를 맞댄 대한민국 영토의 끝단 섬인지라 독도와 비견되곤 하는데, 이 격비도를 출발하여 안흥항으로 돌아오기까지 55km 해역에 펼쳐져 있는 가의도, 궁시도, 병풍도, 석도 등 수많은 무인도들의 모습도 장관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의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이렇듯 태안반도는 국가적 차원에서 보더라도 최고의 가치를 지닌 해양수산 보고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그 가치에 비해 푸대접 받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 좋은 바다에 국립대학이나 국립기관 하나 없으니 말이다. 필자가 3~4년전부터 부르짖어 왔던 ‘해양수산 불균형론’ 에 대해 정부는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 들이고 있을까? ‘서해 바다의 전도사이자 설계자’ 입장에서 그간 해양수산부는 물론 국립기관들을 수없이 찾아 다녔는데 얼마 만큼 해양수산 균형정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해양수산부에는 필자를 응원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기피하는 사람도 있었다. 각종 전국단위 토론회 등에 열심히 참여해 ‘남해안 중심의 해양수산 마피아!’니 ‘이대로 가면 100년후 대한민국 해양수산은 망한다!’느니 떠들어 댔으니 귀에 거슬리기도 했으리라. 하지만 이것은 지역이기주의가 아닌 진실된 얘기 아닌던가? 사실 남해안에 국립 해양대학, 수산대학은 많아도 외국 해양강국의 대학수준에 비해선 경쟁력이 떨어지고, 3면이 바다인 국가임에도 선진 해양열강에 비해 바다정책이 정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지 않은가?

그래도 KMI, KIOST 등 대표적 해양수산 국립기관의 당시 원장들께서 필자의 진정성을 믿고 인정해 주셨던 만큼 ‘태안반도의 가치와 충남 서해안의 잠재력’을 국가 해양수산 전략 수립에 잘 녹여내, 지역 가치를 감안하고 국가 백년대계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해양수산 정책추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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