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시장 곳곳 피해 속출, 주택·건물 40여동 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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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대전 유성구 노은동 비닐하우스 단지, 수확을 하루 앞두고 갑작스런 폭우에 비닐하우스에 키운 농작물들이 다 물에 잠겨버리면서 주인 신동권 씨가 망연자실하고 있다. 사진=홍서윤 기자
“내일 따다 장에 가 팔 생각이었는데….” 28일 오전 10시경 대전 유성구 노은동의 한 비닐하우스 단지 안. 이날 새벽부터 쏟아진 집중폭우에 비닐하우스 안은 마치 밭이 아니라 논이 된 듯, 고랑이 모두 물바다로 변해 있었다.

신동권(77) 씨는 200평대 규모의 이 곳에 비닐하우스 5동을 세우고 아욱과 열무, 고추, 무화과 등 갖가지 작물을 심어 키워왔다. 그는 하우스에 심은 열무와 아욱을 캐 내일 유성장에 팔 생각이었는데, 수확을 하루 앞두고 쏟아진 폭우에 모두 다 물거품이 됐다. 순식간에 비닐하우스를 덮친 ‘물폭탄’으로 출하를 앞둔 열무 잎사귀들은 흙탕물에 뒤범벅이 됐고, 무화과나 고추들도 전부 땅으로 떨어져 물에 둥둥 떠다녔다.

신 씨는 비가 내린 새벽 무렵부터 잠도 안자고 하우스를 돌아봤지만,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오르면서부터는 농작물이 잠기는 것을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태풍도 넘기고 한달여가 넘는 폭염도 견디며 지은 농사였지만, 한순간의 기습 폭우에 무너지면서 그는 망연자실했다.

하우스 바로 옆에 붙은 신 씨 부부의 집도 방까지 물이 들어오면서, 신 씨는 이날 오전 농작물 살피랴, 집기류 건지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었다.

그는 “폭염으로 값이 올라 기대했는데 물에 뿌리 끝까지 다 잠겨서 내다팔긴 글렀다”며 “그 뜨거운 날에도 밤낮으로 물 줘가며 살려냈는데, 이번에는 대비도 못하고 이렇게 한순간에 1년 농사를 망쳤으니 어쩌면 좋으냐”고 말을 잇지 못했다. 농사꾼이 그렇게 기다렸던 유성시장의 풍경도 폭우가 쓸고 간 흔적을 감출 수 없었다.

평소 같으면 오일장 준비로 바빠야 할 유성시장 상인들은 가게 안까지 밀려들어 온 물을 퍼내느라 분주했다. 상인들은 가게 바깥으로 물에 젖은 집기류들을 쉴 새 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한 음식점 종업원 이미영(47·여) 씨는 “가게 안쪽에는 두부를 직접 만드는 곳이 있는데, 그곳까지 물이 차 4시간째 퍼내는 중”이라며 “가게에는 냉장고 9대가 있는데 한대만 빼고 물에 잠겨서 수리 비용도 만만치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이불장사를 하는 박미순(52·여) 씨도 “장판 속까지 빗물이 들어왔다. 바닥을 꾹꾹 누르면 누를수록 물이 계속 나온다”며 “바닥을 다 드러내 말릴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주택가도 아수라장이었다. 대전 유성구 구암동의 한 빌라 지하는 거실까지 침수되면서, 빌라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은 동 주민센터 도움을 받아 긴급 임시거처 지원을 받았다. 이날 폭우로 대전에서 침수 피해를 입은 곳만 주택과 건물을 합쳐 40여동에 달한다.

주택 지하실 침수를 겪은 강모(69·여) 씨는 “집 앞에 놀이터 그네 의자까지 물이 차 여기가 놀이터인지 워터파크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물이 가득찼다”고 말했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량이 물에 잠긴 거주자 김모(48) 씨는 “일도 못나가고 바라만 보고 있다. 태풍 무사히 넘기고 이게 무슨 난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서윤·윤지수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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