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석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재미난 글을 하나 읽었다. '자연재해는 인간들이 준비를 철저히 할수록 힘을 잃는 듯하다. 지난 7월 지방자치 단체장 취임식 때 올라오던 태풍도 '행사 취소'하고 피해 점검을 하겠다고 하니 사라졌다. 이번 태풍도 전국적으로 철저히 대비하니깐 힘을 잃고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는 글이었다.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없지만 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지난주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관통하였다. 일부 지역에 농작물 등 피해가 없지 않았으나 수도권과 충청지역은 피해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효자 태풍'이라고 불릴 만큼 단비를 뿌리고 조용히 지나갔다. 태풍 솔릭이 다가오고 있을 때 온 나라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힘을 모았었다. 대통령은 특별교부세 지원,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가능한 모든 지원책을 사전 검토하라고 지시했으며, 국회도 관계 장관이 재난 대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회의 일정을 연기했다.

우리 교육청에서도 비상 근무 태세를 유지하는 한편, 사전 시설물 점검에 나섰다. 또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단축 수업 및 등교시각 조정, 최종적으로 휴교 조치에 이르기까지 피해 방지에 만전을 기했다. 태풍의 규모와 경로 때문에 큰 피해를 예상하고 떠들썩하게 대비하였는데, 다행스럽게도 국가적으로나 국민 생활에 있어 큰 피해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부정확한 예보로 불필요하고 과도한 대비를 하지 않았나 하는 사후 비판이 없지 않았다. 단축 수업 또는 휴교 조치를 알릴 때도 학부모들 일각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다. 물론 대다수 학부모는 재난 대비라는 큰 취지에 묵묵히 따라주었지만…. 아이들을 일찍 집에 돌려보내고 학교를 쉬게 되면 맞벌이 가정은 어떻게 하느냐, 또 태풍이 어느 정도 피해를 가져올지 모르는데 너무 심하게 호들갑을 떠는 것 아니냐는 성토를 학교 담당자들이 들었다. 또 한 쪽에서는 왜 미리미리 단축 수업이든 휴교든 결정해서 알려주지 않느냐는 재촉과 항의도 있었다. 이들 학부모에 대해서는 '지금 관계기관에 연락을 유지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또는 '검토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답을 줄 수밖에 없었다.

기실 이런 양극단의 학부모들이 드러내는 조바심과 우려, 불만과 비난 속에서 학교는 늘 흔들려 왔다. 신종 플루가 전국을 강타했을 때도, 메르스 사태가 온 국민을 떨게 했을 때도 그랬다. 말이 나온 김에 하는 말이지만, 학교를 신뢰하고 진중하게 기다려 줄 수는 없는지 묻고 싶다. 여하튼, 재난 사태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고 추진하는 데는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특히 국민 안전과 관련된 대응을 판단할 때 '과도하거나 불필요하다'는 판단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조치에 대해 무턱대고 재촉할 이유도 없고, 섣불리 이렇다 저렇다 재단할 일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판단컨대, 태풍 솔릭에 대한 정부와 교육청의 대응은 집중력이 있었으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대응이었다고 본다. 태산이 쩌렁쩌렁 울렸는데, 나온 걸 보니 고작 생쥐 한 마리였다고 평할 수 없다. 대비를 철저히 해도 소도 잃고 주인 목숨도 잃을 수 있다. 재난에 맞설 때는 철저한 대비가 최선책이다. 지금의 안전을 지속적으로 보장하는 방법은 안전한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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