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기술·장비 역량 여전히 추격형…창의 연구개발 첫단추

국내 혁신성장의 핵심으로 꼽히는 국가 연구개발(R&D) 역량을 높이기 위해 연구장비 분야 투자확대 필요성이 제기됐다. 26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최근 발간한 이슈리포트에서 기반연구 중심의 선도형 R&D 전환을 위해선 분석과학 분야 경쟁력 확보를 비롯한 연구장비 산업 육성을 과제로 꼽았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분석과학의 경우 노벨상 수상자 배출의 주요 대상이다.

분석과학의 핵심은 분석장비로, 이런 장비 개발도 신규성과 파급성이 매우 높아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다수 배출됐다. 1901~2017년 사이 노벨과학상 수상건수를 분석한 결과, 전체 348건 중 분석기술·장비 분야가 27건(8.2%)이었다. 수상자 수를 기준으로 보면 총 599명 중 46명(7.7%)에 해당한다.

국가별 분석기술·장비 분야 노벨상 수상자(수상 당시 국적)는 미국이 14명(30.4%)로 가장 많았다. 영국 11명(23.9%), 독일과 스위스가 각각 5명(10.9%)이었고, 일본도 1명이 포함됐다. 이 같은 결과는 세계적인 연구장비 기업들의 분포와도 흡사하다.

2016년 기준 매출순위 1위 기업은 미국의 Thermo Fisher Scientific사로 매출액 43억8600만 달러에 달한다. 2위 역시 미국 Danaher사로 21억2000만 달러, 3위는 일본 Shimadzu사이며, 매출액은 20억6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매출액 기준 25위 내 기업은 미국 9곳, 일본 6곳, 스위스와 독일 3곳, 영국 2곳 등이다. 최근 노벨 물리학상의 주요 수상자들은 ‘가속기(Accelerator)’에 집중하고 있다. 고에너지로 가속화된 입자들을 충돌시켜 물질을 연구하는 물리학 분야에선 가속기가 필수 장비다. 노벨 물리학상의 약 25%가 가속기 장비를 기반으로 연구가 수행됐다.

국내에서도 현재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을 진행 중이다. 10년간 총 1조4314억원이 투입되는 중이온가속기는 올해 1단계 사업을 완료했으며, 오는 201년 완공 예정이다. 현재 추격형에서 선도형 R&D로 전환하려는 국가적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첨단 연구장비 개발을 위한 분석기술·장비 R&D 역량은 여전히 선진국 대비 뒤처져 있다.

체계적인 분석과학의 R&D 추진을 통해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최상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노벨과학상 수상을 견인할 수 있도록 첨단 연구장비 개발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연연 한 연구자는 “과학기술 선진국은 직접 개발한 장비로 다른 사람보다 빨리 창의 연구를 개척한 사례가 있다”며 “일본처럼 정부 주도로 연구장비 분야 육성 정책을 시행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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