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제 충북 옥천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참으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경찰은 숨진 가족과 함께 발견된 40대 가장을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흉기로 자해해 대전의 한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용의자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숨진 일가족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오늘 부검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용의자의 부인과 7살, 9살, 10살 난 세 딸이 꿈도 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졸지에 생을 마감한 어린 딸들은 도대체 무슨 죄가 있나. 용의자는 병원 이송 과정에서 "빚에 시달리다 부인과 세 딸을 살해하고 죽으려 했다"고 말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 가족이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얘기가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로 미뤄 용의자가 가족을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위해 자해를 시도했을 개연성이 있다.

경제적인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자주 목격되고 있어 참담한 심정이다. 오죽하면 목숨까지 끊겠느냐는 동정론도 있지만 인명경시풍조의 단면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어린 자녀를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는 사고방식이야말로 자녀를 소유물로 보는 이기심의 발로에 다름 아니다. "내 자식이니까 내 마음대로 한다"는 빗뚫어진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누구도 소중한 생명을 앗아갈 권리는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196개국이 비준한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18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을 단순 보호대상이 아닌 권리를 가진 인간 주체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자녀를 희생양으로 삼는 일련의 사건을 보면서 부모의 무책임을 통감하게 된다. 아무리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어린이라도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가족 살해는 분명한 범죄행위다. 천진난만한 어린이를 죽음으로 모는 비극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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