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는 재능을 숨긴다>

훌륭한 대상인은 좋은 상품을 깊이 감추어 두어 점두(店頭)는 텅 빈 것 같다는 것이 말의 뜻이다. 선전으로 손님에게 구매심을 일으키는 것이 판매의 상도로 보고 있는 현대에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원래는 기원전 6세기, 처신을 말하는 말로서 쓰여진 것이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道)를 말한(논자)의 저자인 노담(老聃→報怨以德)이 동주(東周)의 왕실도서관의 관리 노릇을 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인(仁)의 도(道)를 말하고 옛날부터의 형식 속에 고인(古人)의 지혜를 발견하고자 하던 공자는 공식화된 형식 즉 예(禮)에 대해 들으려고 수고 낙양으로 노담(老聃)을 찾았다. 옛날 일을 많이 알고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자를 맞이한 노담은 지식도 아무 것도 주려고는 하지 않고 “버리시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자네 말을 듣고 보니, 사람도 뼈도 다 썩어 빠지고 말만 남아있군 그래 도대체 끊임없이 향상하려고 노력하는 군자(君子)란 기회를 잡으면 세상에 나와 출세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숨을 죽이고 살아가는 것이다. 훌륭한 대성인은 깊이 감추어 버려 점두는 텅 빈 것 같다, 고 말하지 않는가. 그와 같이 군자란 것은 훌륭한 인격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 얼굴 표정은 바보같이 보이는 것이다. 자네의 무엇인가를 해 보겠다는 생각과 욕심이 큰 마음씨 즉 남에게 잘 보이려는 생각과 지나치게 큰 뜻을 버리게. 그런 것은 자네를 위해서 좋지 않아, 내가 자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것뿐일세.” “새는 하늘을 잘 날고, 물고기는 헤엄을 잘치고, 짐승은 잘 달린다. 그러나 잘 달리면 그물에 걸리기 쉽고, 헤엄을 잘 치는 물고기는 낚시에 걸리기 쉬우며, 나는 새도 화살로 쏘면 잡힌다. 하나 용(龍)이란 풍운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볼 수도 없다. 나는 오늘 노자를 만났는데 노자가 용 같은 존재로구나” 하고.

이와 같이 공자에게 탄성을 올리게 한 노담은 이 세상에 실재하지 않는 가공적 인물이라는 설도 있으나, 공자보다 약간 선배였었다는 것이 통설이다. 이렇게 해서 이 말은 현자(賢者)는 그 재능을 숨기고 나타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양고심장약허(良賈深藏若虛)를 뜻한다. <국전서예초대작가·청곡서실운영·前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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