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의대 연구팀 1천474명 역학조사…"이성간 성접촉 많다는 정부통계는 잘못"
김준명 교수 "젊은층 동성간 에이즈 감염 심각…정부가 대책 마련해야"

▲ [연합뉴스TV 캡처]
▲ [연합뉴스TV 캡처]
▲ 18세부터 29세까지의 연령대별 HIV 감염경로. 동성간 감염(왼쪽 막대)이 이성간 감염(오른쪽 막대)보다 훨씬 많다. [논문 발췌=연합뉴스]
▲ 18세부터 29세까지의 연령대별 HIV 감염경로. 동성간 감염(왼쪽 막대)이 이성간 감염(오른쪽 막대)보다 훨씬 많다. [논문 발췌=연합뉴스]
[건강이 최고] 국내 에이즈 감염 60%는 '동성끼리'…10·20대 '위험수위'

7개 의대 연구팀 1천474명 역학조사…"이성간 성접촉 많다는 정부통계는 잘못"

김준명 교수 "젊은층 동성간 에이즈 감염 심각…정부가 대책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에이즈(AIDS)를 일으키는 후천성면역결핍바이러스(HIV)는 주로 이성간, 동성간 성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물론 이외에도 수혈이나 주사 등의 감염 경로가 있지만, 성접촉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국의 경우 이 중에서도 동성간 성접촉보다 이성간 성접촉이 많다는 게 지금까지의 정설이었다.

실제 질병관리본부의 에이즈 연례보고를 보면 동성간 대 이성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 경로 비율은 2014년에 26.3% 대 34.0%, 2015년에 28.3% 대 35.8%, 2016년에 30.6% 대 36.4% 등으로 이성간 성접촉이 동성간 성접촉을 크게 앞섰다.

그런데 이런 보건당국의 추계가 현실과 다르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내에서 이성간 성접촉보다 동성간 성접촉에 의한 에이즈 감염이 더 많다는 것이다.

25일 대한내과학회지 최근호에 따르면 연세의대 감염내과 김준명 교수 등 국내 7개 의과대학 공동 연구팀은 2006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한국 HIV/AIDS 코호트'에 등록된 18세 이상 HIV 감염인 1천474명(남 1천377명, 여 97명, 평균나이 41.7세)을 대상으로 감염 경로에 대한 역학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HIV 감염인의 성접촉 감염 경로는 동성간 34.2%, 양성간 25.9%, 이성간 34.6%로 각각 집계됐다. 이외의 감염 경로는 수혈 및 혈액제제, 마약주사 공동사용, 감염 경로 모름 등이었다.

연구팀은 이 분석결과를 토대로 국내에서 동성간 성접촉으로 볼 수 있는 에이즈 감염이 전체의 61.1%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남성 감염인만 보면 이런 비율이 63.5%였다. 이는 동성애자이면서 이따금 이성간 성접촉도 함께하는 '양성간 성접촉'을 동성간 성접촉의 범주로 봤기 때문이다.

김준명 교수는 "양성간 성접촉은 의학적인 분류"라며 "동성간 성접촉을 주로 하면서 극히 드물게 이성간 성접촉을 하는 상황에 해당하는 만큼 동성애자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향은 젊은층으로 갈수록 두드러졌다.

18∼29세 에이즈 감염자 291명 중에는 동성간·양성간 성접촉이 71.5%(각 50.5%, 21%)나 됐다. 특히 18∼19세(14명)에서는 이런 비율이 92.9%(동성간 71.5%, 양성간 21.4%)에 달했다. 10대와 20대에서 동성간 성접촉이 크게 느는 추세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30대(399명), 40대(397명), 50대(254명), 60대 이상(133명) 연령층의 동성간·양성간 성접촉은 각각 62.9%, 61%, 46.1%, 51.1%였다. 10∼20대보다는 낮았지만, 역시 이성간 성접촉보다는 많았다.

연구팀은 이처럼 에이즈 감염 경로가 보건당국의 조사결과와 상반되게 나타난 데 대해 역학자료 수집 과정에서의 조사방법 차이로 봤다.

질병관리본부 집계 때는 감염인이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 동성애자라는 낙인 등을 두려워한 나머지 관할 지역 보건소 직원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솔직하게 밝히지 못한 반면 이번 조사에서는 병원 치료 과정에서 주치의와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솔직하게 감염 경로를 밝혔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동성간 성접촉에 따른 특징적인 임상 소견, 훈련된 전문 상담 간호사에 의한 체계화된 역학조사 등도 보건당국과 다른 조사결과를 뒷받침했다는 것이다.

사실 국내 에이즈 감염인의 주된 감염 경로가 동성간 성접촉이라는 건 서구의 추세와 비슷하다.

미국의 경우 2010∼2015년 발생한 HIV 감염인 중 67%가 동성애자 또는 양성애자로 보고됐다. 반면 이성애자는 24%였다. 특히 2015년에는 신규 남성 감염인 중 82%가 동성애자 또는 양성애자였다. 유럽연합도 2015년에 동성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 42.2%로, 이성간 성접촉 32.0%를 크게 상회했다.

연구팀은 젊은 층에서 동성간 성접촉에 의한 HIV 감염인이 급증함으로써 서구에서처럼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준명 교수는 "일반적으로 감염인과 이성간 성접촉을 한차례 했을 때 HIV에 걸릴 확률은 0.04∼0.08%지만, 동성간에는 이런 감염 확률이 1.38%로 17.3∼34.5배가량 높다"면서 "특히 젊은 동성애자는 나이가 든 동성애자보다 HIV에 걸릴 위험성이 더 높다는 보고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젊은층의 에이즈 확산을 방지하려면 가출 청소년의 성매매와 인터넷을 통한 무분별한 동성애 사이트 접근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평생을 에이즈 등의 감염병 연구에 헌신한 김 교수는 이달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김 교수는 이어 "국가 인권위원회가 인터넷 동성애 사이트를 유해매체에서 뺄 정도로, 정부가 젊은층의 동성간 에이즈 감염 확산에 대해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 에이즈와 관련된 잘못된 통계를 바로잡고,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특히 젊은층의 HIV 감염을 줄이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관리와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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