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투게더]

[러브 투게더] 20 다섯 식구의 여름나기 - 1편
폭행·화재…트라우마 심각, 아픈 엄마는 돌보기 힘들어
아빠는 “잘 자라줘 고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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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13·가명)와 진수(12·가명) 형제는 올해 초 충북 청주에서 대전으로 이사를 왔다. 청주에서 다녔던 아동복지시설에서 또래들에게 수년 간 집단폭행을 받았기 때문이다. 형제는 성장 발달이 느리고 말이 어눌해 아이들의 놀림과 공격의 대상이 됐다. 특히 진우의 경우 6살 무렵 심장수술을 받고 심신이 미약한 상태다. 형제를 괴롭히는 건 아이들 뿐 만이 아니었다. 시설 직원까지 지속적으로 형제를 학대했고,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들게했다.

아빠 김 씨(49·가명)가 의심을 갖게 된 것도 아이들 팔에 든 멍 때문이었다. 김 씨는 즉시 시설에 항의했고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본 형제는 용기를 얻어 그간의 실상을 토해냈다. 지난 2년 간 8명 내외의 시설 내 아이들은 형제를 발로 차고 주먹을 휘둘렀으며 시설 직원은 이를 방관했다. 오히려 형제를 포함한 시설 아이들을 폭행하며 학대를 일삼았다.

이미 형제는 과거 어릴 때 집에 난 방화범이 낸 불로 큰 화재사고 경험을 겪은 후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아직도 사이렌 소리나 소음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공포를 느끼고 있다. 동생 진수는 이 같은 복합적 요인들이 작용해 충동장애 약까지 복용 중이다. 충동장애는 도벽으로도 이어지며 부모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엄마 박씨(48·가명)는 아이들을 정상적으로 돌 볼 수 없다. 유년시절 발병한 심장병 후유증으로 소뇌가 위축된 상황이다. 소뇌 위축증의 부작용으로 하루에도 수차례 간질과 발작을 반복하고 현재 정신질환을 앓고있다. 밤에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자다 깨다를 반복, 몽유병 증세가 나타나면 무의식 중 돌아다니기가 일쑤다.

악조건 속 형제를 돌보는 아빠 김 씨는 힘이 부친다. 한창 자랄나이인 아이들에게 건강한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그를 짓누른다. 다행히 아이들이 밝고 외향적으로 자라고 있어 고맙다는 김 씨는 긍정의 힘으로 버틴다.

아빠 김 씨는 “아이들에게 학대사실을 왜 말하지 않았냐고 물었는데 시설에서 축구를 못할까봐라고 해 그 순수함에 눈물이 핑 돌았다”며 “현재 가장 걱정은 엄마의 유전으로 나중에 정신질환이 생기는 것”이라고 한숨을 토해냈다. <31일자 2편 계속>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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