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송슬아 충북도교육청 변호사


보호자들이 교육청을 찾아와 학교에 대한 불만을 쏟아낼 때가 있다. 물론 그 심정은 이해가 간다. 나도 밖에서 우리 아이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게 아닐까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있으니까. 그러나 자세한 내막을 알고 나면, 학교와 보호자 간의 소통 부족으로 발생한 오해인 경우가 많다. 흔한 예로, 의도적인 따돌림이 지속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자기 아이가 피해자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누구나 분노에 휩싸이게 되며 가해자는 징계를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따돌림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은 아이가 평온한 일상을 회복하는 일이다.

설령 따돌림을 주도한 학생이 징계를 받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따돌림의 재발 없이 아이의 교우관계를 회복할 방법이 있다면 보호자들은 그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학교도 이와 마찬가지로 사건에 따라 징계보다는 당사자 간의 원만한 해결이 더 낫겠다는 판단을 내릴 때가 있다. 담당교사는 당사자들을 설득하여 가해 학생 측은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피해를 복구하고 피해 학생 측은 가해 학생을 용서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런데 가뜩이나 속상하고 억울한 피해 학생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자칫, 교사가 학교폭력을 은폐하려 한다거나 가해학생을 편들고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 가해학생의 보호자들도 학교가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고 있다거나 피해학생 편만 든다고 억울해 하기도 한다. 교사들은 여러 아이의 학교생활을 관찰할 수 있으며 또래 집단의 질서를 비교적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그런 오해를 무릅쓰며 사건 해결을 위해 애쓰곤 한다.

이 과정에서 학교와 보호자들 간에 소통이 부족하면 문제가 생긴다. 일반적으로 학교폭력 담당교사는 과중한 업무에 치이기 마련이라 학부모에게 모든 것을 설명하고 안내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다 보면 학부모는 학교에 대한 신뢰를 잃기 쉽다. 이런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이다. 보호자의 의심이 지속되는 경우 교사는 자기방어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으며, 아이를 위해 더 노력하려는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보호자는 아이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이가 집 밖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의 일부를 박탈해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보호자들에게 일단은 학교와의 소통을 위해 다시 한번 노력해 주십사 부탁하곤 한다. 학교 측의 책임을 묻고 싶은 심정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교사들이 고의나 과실로 아이에게 부당한 처우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나는 교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는 것이, 보호자로서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라 믿는다.

학부모에게 교사와 학교는 타인에 불과하지만, 아이에게는 생활 터전의 일부이다. 이런 경우 학교 외적인 강제력을 동원하기에 앞서, 일차적으로 관리자를 통하여 문제 해결을 시도해 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보호자들 역시 가장 먼저 학교 측에 보호자의 입장을 전달하며 궁금한 사항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학교장의 의견을 들어보면서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을 함께 찾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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