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식 충북본사 취재부장

하재성 청주시의회 의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청주시의회는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를 놓고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고 있다. 청주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박완희·유영경·윤여일·이재숙, 정의당 이현주 의원은 22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소규모 주민숙원사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모두 초선 의원이다. 앞서 이들은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시의원 1인당 5000만원씩 배정하는 주민숙원사업은 주민들의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추진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거부한다”고 밝힌바 있다.

일단 주민숙원사업비의 유지 혹은 폐지의 정당함은 배제한 채 생각해보자. 청주시의회 내부에서 사전에 논의돼야 할 상황이 성명 발표에 이은 간담회 개최 등 대외적으로 표출된 것은 분명 이례적이다.

시의회 내부에서 정상적인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청주시의회는 개원과 동시에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 주로 하 의장의 리더십에 관련해서다. 여기에는 정치적 함수가 숨어있다. 청주시의회 의원 39명 중 13명이 초선 의원이다. 하 의장은 의장 선출 과정에서 초선 의원들에게 손을 벌릴 수 밖에 없었다. 초선 의원들에게 원하는 상임위를 보장하는 약속을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역시나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과정에서 파열음이 들려왔다.

초선 의원들이 의회 운영과정에 불만이 있을때마다 수시로 의장실을 들락거린다는 이야기도 있다. 민주적 소통구조가 이뤄진 결과라면 바람직하겠지만 의회 관례나 의사전달 구조가 무너졌다고 보는 시각이 더 크다.

간담회를 개최한 초선 의원들은 시의회 특별위원회실 사용을 요구했다. 하지만 하 의장은 이를 거부했다. 하 의장의 거부가 위법은 아니다. 특별위원회실 사용에 관한 규정을 보면 사실상 의장이 이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특별위원회실 사용 거부는 끓는 기름에 물을 붓는 격이 됐다. 다선 의원들은 초선 의원들의 주민숙원사업비 폐지 요구를 ‘뭣 모르는 초선의 객기’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다선 의원으로서 의회 내 논의를 통해 논리적 근거를 갖고 이들을 설득시켰어야 한다. 다선 의원들이 거부한다는 이유로 하 의장이 초선 의원들의 특별위원회실 사용을 막은 것은 선배 의원이자 리더로서의 품격을 내려 놓은 행위다.

하 의장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다선 의원들은 후반기 의장 선출을 위한 포석으로 초선들의 환심을 얻기 위해 의회 내 분란을 방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의회는 지역과 시민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모여 구성돼 있다. 당연히 치열한 토론과 토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은 민주적이어야 한다. 의회 내 정상적인 의견조율 시스템이 무너지면 결과는 다수결 뿐이다. 다수결 또한 민주적 절차의 하나지만 소수의 입장이 무시되는 단점이 있다.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토의와 토론, 조율이 없어지면 결과에 승복할 수 없게 된다. 당연히 갈등의 골만 깊어지게 된다. 시의회가 종종 보여주던 모습이기는 하지만 개원 초기부터 이런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이제 하 의장은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의회 운영의 주도권을 잡던지, 포용의 리더십으로 의원들을 설득할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 단, 이대로는 안 된다. 의회와 집행부는 청주시를 이끄는 두 바퀴다. 한 쪽이 흔들리면 정상적인 운행을 할 수 없다.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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