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김양수 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장


국민연금 재정안정과 노후소득 강화를 위해 '더 많이,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는' 쪽으로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정부용역 의견이 나오자 "죽도록 보험료만 내다가 나중에 연금을 못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폐지론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건설 일용근로자의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 적용대상 확대(20일→8일)를 결정하여 지난해 7월 해당 내용을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7월1일부터 시행하겠다며 일사천리로 밀어 붙여 고작 한 달의 기간을 유예한 채 이달 1일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문제는 당초 전문건설업계가 우려했던 사항이 해소되지 않고 시행됐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비정규직 건설근로자의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가입률은 98.9%와 74.6%로 높지만 국민연금 가입률은 16.4%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또 국민연금 가입 대상을 확대하면 약 40만명의 건설 일용근로자가 국민연금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한 전문건설업체들의 견해는 달랐다. 연금 대상 확대야 말로 정부가 오로지 연금 고갈을 대비해 가입대상을 늘려 기금을 충당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실은 산재·고용보험은 근로자 부담 비율이 낮아 가입률이 높지만, 국민연금은 이보다 근로자 부담액이 크기 때문에 보험료 원천 징수를 거부하는 일이 많아 가입률이 낮다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산재보험 보험료는 사업주가 전액을 부담하고 있으며, 임금의 7% 이상인 보험료(국민연금+건강보험)를 원천 징수할 경우 근로자들은 이에 반발해 징수업체의 취업을 꺼리는 현실이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건설일용근로자들을 고용·관리하는 전문건설업체의 노무업무 폭증도 감안해야 한다. 상용직은 임금의 변동이 많지 않아 보수월액을 변경신고 하는 경우가 적지만 일용직근로자는 매월 근로일수와 임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매달 근로자 한명 한명씩의 정보를 확인해 보수월액 변경신고를 해야 한다.

한 노무법인에서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 확대에 따른 전문건설업체의 부담을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적용대상 인원은 5.6배 증가하고 국민 및 건강보험료는 각각 4.6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들이 원천징수를 거부할 경우 현장에서는 '갑'인 종합건설사에서 하도급 받아 일용직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을'인 전문건설업체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강요하게 된다는 사실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닌 듯하다.

전문건설업체들의 주장은 이미 시행된 제도를 원점으로 되돌리자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복지확대를 위한 과정에서 애꿎은 피해를 보는 상대적 약자가 없게 민·관 구분 없는 발주자 납부방식 도입이나 하도급사 노무업무 관리자 인건비 별도지원 등 보완제도를 도입해 모두가 만족하는 조건을 갖춰 제도를 정착시키자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