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희 충남도 농정국장

며칠 새 폭염의 기세가 꺾인 듯하다. 자연의 섭리는 어느 덧 또 다른 계절을 불러오고 있다. 이제 머지않아 들판의 곡식들은 알알이 익어갈 것이다. 들녘은 풍요로워 질 것이고 이를 거두는 농부의 발걸음은 바빠질 것이다. 이 모두는 올해 봄 여름내 우리 농민들이 흘린 구슬땀에 대한 하늘의 선물이다.

그렇다고 마냥 즐거워만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풍작은 가격의 하락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쌀농사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농업, 특히 쌀농사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꿔 놓고 있다. 단순 생산에서 벗어나 가공과 판매방법에 대한 새로운 방안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현상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쌀 10㎏을 단순 도정하여 팔면 2만 3000원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을 즉석밥을 만들어 판매할 경우에는 그 3배에 이르는 7만 5000원을 받을 수 있으며 떡으로 가공해 유통시킬 경우는 6배인 최고 12만 5000원까지, 전통술을 빚을 경우에는 최고 약 9배인 21만 3000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가져다준다.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어 농가의 소득 증대를 올릴 수 있는 것이 첫째라면 남아도는 쌀을 사용할 수 있으니 쌀 값 안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둘째의 효과다. 농산물의 제조·가공과 서비스 산업을 활성화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충남도는 이에 발맞춰 농촌융복합산업(6차)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농산물 생산(1차)을 바탕으로 가공과 직매(2차)를 하고 농촌관광과 농가 맛 집 운영(3차)을 연계시키면 바로 농촌융복합(6차)산업이 된다.

특히 충남의 경우 이 부분에 대해 지리적으로 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수도권과 인접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원물판매, 제조가공 제품 유통 및 체험관광객 유치 등 수요자 맞춤형 산업을 육성하기에 좋은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충남도는 농업농촌의 부가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 왔다. 산업 육성의 측면이 가장 주된 이유였지만, 농촌고령화 따라 늘어나는 노인들과 도시에 있는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 마련을 위한 측면도 있었다. 농식품 기업 창업육성, 향토산업육성, 전통주 및 전통식품 육성, 지구단위 조성 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그 결과 6차산업 경영체 수는 2011년 856개소에서 2016년 1655개소로 늘어났다. 일자리 수는 2011년 7780개에서 2016년 1만 5691개로, 매출액 또한 2011년 1조 570억원에서 2016년 3조 522억원으로 크게 상승했다.

향후 농촌융복합산업 활성화를 위한 주요 과제로는 4차산업과 융복합, 질 좋은 제품의 연구개발 지원,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 판로지원 등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도 및 시군의 조직정비와 담당직원들의 인적역량강화 및 보조사업자인 경영체 등의 역량강화도 필요한 실정이다. 이를 지원할 농촌융복합산업 전문가들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한정된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 개별사업에 대한 사업추진실적 평가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시·군 간 선의의 경쟁 유도와 농업경영체 등 농식품기업의 자율적 성장기반 마련도 주요한 과제이다. ‘우보만리 (牛步萬里)’라는 말이 있다. 결코 서두르지 않고 그렇다고 멈추지도 않으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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