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2018 대전국제음악제(DCMF)가 지난 15일 시작해 23일에 이르는 9일 동안 진행 중이다. 음악제 첫 순서로 금난새와 함께하는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대전예술의전당 무대에 섰다. 지난해에 이어 대전국제음악제 개막의 신호탄 역할을 한 이 연주회는 축제의 시작을 본격적으로 알림과 동시에 대전실내악축제에서 이름을 바꾼 두 번째 대전국제음악제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그 향방을 확고히 제시한 데서 가장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첫 곡 로시니의 서곡 연주에 앞서 지휘자는 이탈리아 오페라에 숨겨진 아이디어와 언어적 의미가 어떻게 음악으로 전환되는지 설명했다. 통상 클래식음악은 아무런 해설 없이 음악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기에 처음 듣는 낯선 음악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연결돼있는지 일일이 설명하는 것이 불필요하다. 그러나 오페라가 언어를 음악으로 표현한 장르라고 했을 때 서곡은 문학의 함축성을 한꺼번에 펼쳐 놓는 역할을 한다. 금난새 지휘자는 음악의 의미를 언어적 유희로 유쾌하게 풀어냄으로써 관객이 클래식음악에 다가설 수 있는 한 걸음을 허락했다. 이것이 지나치게 자의적 해석이건 객관적 해석이건 금난새 지휘자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음악을 수용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추는 데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후 등장한 소프라노 윤정빈은 서정적인 아리아를 매끄럽게 표현할 수 있는 찰지고 단단한 울림으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푸치니 오페라 잔니 스키키와 구노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음악을 선택해 본인의 장점을 확실히 각인시킨 점이 주효했다.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로 호흡을 맞춘 피아니스트는 재기발랄한 음향을 들려주었어도 부분 부분의 음악적 표현에 집중하다보니 전체적인 흐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종곡에서 밝은 성격을 지닌 베토벤 교향곡 8번을 선택한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현악기의 유려함에 반해 상대적으로 관악기의 정교함이 아쉬웠다. 하지만 입체감을 지닌 생생한 교향곡 8번으로 박력있는 리듬감을 표출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금난새 지휘자가 일반인들에게 뿜어내는 브랜드 파워의 영향력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입증됐다.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을 꽉 매운 객석은 지휘자 특유의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입담에 박수를 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타 지휘자가 갖는 대중적 친화력의 진가가 확인된 순간이다. 그러나 단순히 경쾌한 해설의 주고받음을 넘어 가벼움 속에 진지한 음악적 의미를 전달하려는 지휘자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났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것은 바로 클래식음악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려는 의도였고 궁극적으로 음악회에 온 사람들이 음악이 주는 가치와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같은 지휘자의 생각은 온전히 관객에게 전달됐지만, 이 또한 호불호의 시각을 명백히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피할 수 없다. 그것은 바로 대전국제음악제가 진정 누구를 대상으로 존재하는가에 따라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전국제음악제가 평소 클래식음악에 다가서기 어려웠던 일반시민을 주 대상으로 한다면 소통과 흥행을 앞세운 이러한 공연은 성공적이며 대중성은 계속 확대될 것이다. 반면 클래식음악의 품격을 인식하고 탁월한 콘텐츠를 기대하던 관객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아이러니 역시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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