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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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한 현실에 식상해진 '상류사회'의 민낯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평범한 사람은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그들만의 세상. 가장 화려하고 달콤한 동시에 가장 추악하고 썩어 있는 곳. 그곳의 문이 열린다면 당신은 그곳으로 들어갈 텐가 혹은 발길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텐가.

변혁 감독 신작 '상류사회'는 '하녀'(2010년), '돈의 맛'(2012년), '내부자들'(2015년)에 이어 또 한 번 재벌과 권력층만의 은밀한 세상을 소재로 삼았다.

이 영화가 파헤친 상류사회 민낯은 앞선 작품들과 대동소이하다. 돈줄을 쥔 재벌은 권력을 쥔 정치권과 영합하고 법 테두리를 벗어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조직폭력배를 거느린다.

화려하게 치장한 그들만의 성(城)에서 돈과 예술을 탐닉하고 무덤덤하게 쾌락을 향유하는 장면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 같은 묘사는 이제 식상함이 느껴질 정도다. 재벌과 정치권, 조폭 더 나아가 부패언론과 검찰의 결합은 우리 영화계가 상류사회를 표현하는 일종의 클리셰가 된 듯도 하다.

이 영화 역시 미장센에 심혈을 기울이며 상류사회를 구현하고자 했지만 앞선 작품들에 비해 새로운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굳이 인상적인 장면을 꼽자면 재벌 한용석을 연기한 윤제문과 일본 AV(Adult Video) 배우 출신인 하마사키 마오의 전라 정사신 정도를 들 수 있겠다.

'내부자들'로 2016년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이병헌의 수상소감처럼 '현실이 영화를 이겨버린 상황'을 수없이 목격한 한국 관객에게 이 정도의 묘사는 '그러려니'하고 받아들일 수준이 된 듯하다.

앞서 상류사회를 묘사한 작품들과 이 영화의 차별점이 드러나는 대목은 상류사회 안 인물이 아닌 그 언저리에 있는 인물에게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학생들에게 인기와 존경을 동시에 받는 경제학 교수 '태준'(박해일 분)은 우연한 기회에 유력 정당 국회의원 후보로 낙점받는다. 그의 아내이자 재벌 계열 미술관 부관장 '수연'(수애 분)은 재개관전을 통해 관장 자리에 오르려 한다.

그러나 수연의 미술품 거래와 태준의 선거 출마 뒤에 미래그룹과 민국당의 어두운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두 사람은 상류사회 입성을 눈앞에 두고 위기에 처한다.

변 감독은 "이 영화는 객관적으로 풍요로운데 더 잘살아보겠다는 상대적 욕망, 즉 '결핍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며 "이미 2등, 3등 하는 사람들이 1등 세계로 들어가려고 발버둥 치는 이야기를 그렸다"고 말했다.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상류사회 문이 활짝 열릴 것이라는 생각에 태준과 수연은 거침없이 욕망의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탄다. 그러나 상류사회로 올라서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절대 만만치 않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눈앞에 둔 태준과 수연의 마지막 선택은 극적이다. 특히 태준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수연의 결단은 갑작스럽게 느껴진다.

변 감독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100% 동의를 얻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수연의 대사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녹여냈고, 이것을 꼭 엔딩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수애는 "태준과 함께 욕망을 향해 달려가지만 도망가지 않는 수연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며 "촬영 전 많은 상의를 했고 작품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29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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