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순 충남 서산시의원

더위가 온 나라를 덮쳤다. 더위를 피해 길을 떠난 사람도 있고 더위에 패해 쓰러진 사람도 있다. 더위는 그렇게 우리의 마음과 삶의 지도를 바꾸어 놓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더위가 자리를 비켰다. 곧 찬 기운이 비운 자리를 채우리라. 지칠 대로 지친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찬 기운이 일면 으레 따뜻함을 찾는다. 전국 각지에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지고 작년에 비해 올해는 사랑의 온도가 낮다는 어느 아나운서의 낯익은 멘트와 종소리 그리고 내리는 눈이 교차한다. 왜 겨울에만 유독 이러한 풍경이 보이는가. 추워서다. 마음이 시려서 따스함을 나누고 싶어서 그렇다.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계절과 상황에 따라 변하듯 마음이란게 시도 때도 없이 변한다. 연인과의 만남과 헤어짐도 그렇다.

그렇다면, 고향에 대한 생각은 어떨지… 전국에 뿌리내린 향우회는 고향을 그리는 마음에서 자생적으로 돋아났다. 일 년에 한두 번 모임을 갖기도 한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고 그때 그 시절의 향수 때문이다. 추억이 깃든 그곳, 고향으로 보내는 세금이 있다한다. 다들 떠난 고향에 세금을 내어 돕고 특산물을 받는가 하면 세금으로 면제 받는 것. 고향세다. 고향에 세금을 낸다니. 참으로 발칙한 발상이긴 하지만 일본에서는 10년 전부터 도입해 어느 정도 정착됐다. 우리도 한때 논의됐던 고향세를 문재인 정부가 재점화했다. 지방재정자립을 위해서다. 경제를 안다는 분들께선 말한다. ‘뭔가 그럴 듯 해보이지만 큰 고민이 없다. 차라리 기부를 해라.’ 새로운 발상이 또 묻혀야 하나….

지자체 85곳이 30년 내 종적을 감춘단다. 고향이 없어진다는 뜻도 된다. 출생하는 아이가 없어서 그렇다. 왜 사람들이 서울을 고집하나? 서울은 돈이 많다. 직장도 많다. 인구가 많으니 세금도 많다. 고향세는 이 세금을 고향에 조금 나누어 주자는 것이다. 공짜로 주자는 것도 아니고 강제성도 없다. 원하면 내면 된다. 대신 지방이 특산품을 주겠단다. 지방도 알리고 지역경제도 살려 인구를 유입하자는 취지다. 결코 비하할게 아니다.

현재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안’ 10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기준을 정하고 주체를 따져야 한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제일 어려운 것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대도시의 반발이다. 고향세가 도입되면 필연적으로 이곳의 세수가 줄어드니 당연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크게 보자. 인구도 움직인다. 지역에 좀 더 나누어 준다고 없어질 도시는 없다. 애지중지 키운 자식이 대도시에 가서 돈을 벌어오겠다며 고향을 떠났다. 너무도 바빠서 부모 얼굴 한 번 보기도 어려웠다. 그것도 명절에나 잠깐 내려와서 백화점에서 산 물건을 나누어 주는 게 큰 효도라 생각했다. 무엇이 효도이고 무엇이 애틋함인가. 사라질 고향이 있다고 한다. 이제는 영원한 추억으로 남게 생겼다.

찬 겨울, 사랑의 온도탑을 배경으로 ‘올해 사랑의 온도가 낮다’는 아나운서의 말처럼, 반짝하다 사라지는 관심이 과연 어려운 이웃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고향이 힘들어 하고 있다. 태어나는 아이 수는 줄고 유입되는 인구보다 빠져 나가는 인구가 더 많다. 지자체 스스로 해결하기도 쉽지 않은 노릇. 고향세 제도화를 통해 고향을 위한 일. 한번 해보자. 대도시도 기꺼이 응해 보자. 더위가 자리를 내주었다. 명절도 다가온다. 고향을 찾는 발걸음 많아질게다. 두 손에 선물 보따리가 가득하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부모님께 매일 안부를 묻는 것처럼 고향에도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고향… 그곳은 우리의 부모님이 사는 곳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자랐다. 이제는 우리가 보답할 차례 아닌가? 어떤가, 한 번 고향에게 물어보자. 지금은 어떤가요… 잘 계신가요?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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