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그래핀을 이용한 배향막이 필요 없는 액정 디스플레이(LCD) 기술의 길을 열었다.

한국연구재단은 성균관대 송장근·황동목 교수와 아주대 이재현 교수 공동 연구팀이 그래핀 전극 위 액정 분자 배열 방향 결정 원리를 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현재 투명하고 유연하며 전기전도성이 뛰어난 그래핀 전극을 LCD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래핀 위에 액정을 코팅하면 막대 모양 액정 분자는 한쪽으로 배열되는 특징이 있다고 알려졌다.

액정을 씻어내고 다시 코팅해도 여전히 같은 방향으로만 배열된다.

이론 상 액정 배열은 세 가지 방향이 가능하지만, 실제론 그 중 한쪽 방향으로만 배열되는 것이다. 때문에 액정을 코팅해보기 전 액정 배열 방향을 예측할 수 없어 응용기술 개발도 이뤄지기 어렵다.

연구팀은 액정 배열 방향이 액정과 그래핀 표면이 처음 만나는 순간 액정의 분자 방향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기존 한 방향으로만 배열되는 실험 결과는 그래핀 표면 이물질에 의한 오류라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청결도가 매우 높은 순수 그래핀 위에서는 세 방향으로 액정배열 확률이 동일했다.

반대로 말하면 액정배열 상태를 통해 그래핀 표면의 청결도를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연구를 통해 그래핀에 붙는 이물질의 양이 극히 작아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그래핀 청결도를 측정할 수 없었던 문제도 해결하게 됐다.

연구팀은 대면적 단결정 그래핀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균일한 액정배열을 얻는 기술을 구현해 LCD 소자에 적용했다.

화질저하 현상을 방지하고, 공정단계를 줄인 성과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비교적 단순한 방법(스탬핑)을 이용해 그래핀 위 복잡한 구조의 액정배열을 다른 그래핀 기판으로 옮기는 액정배열 복제 기술도 시연했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해외우수신진연구자유치사업(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대통령 포닥 펠로우십(교육부 소관), 삼성 미래기술육성센터 과제 등 지원으로 수행했다.

성과를 담은 논문은 지난 2일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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