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쇼크'로 다급해진 정부와 여당, 그리고 청와대는 그제 일요일임에도 당정청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내년도 일자리 예산을 올해 증가율 12.6% 이상으로 확대하는가 하는가 하면 4조원 규모의 재정보강 패키지도 추진하는 등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일자리 창출 심각성이 이번 당정청 회의를 계기로 실효를 거두길 기대하는 것은 모든 국민들의 한결 같은 마음일 것이다.

여기서 논하고 싶은 건 이를 계기로 세종시의 위상 문제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의 경제정책을 다루는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원회 등 정부기구 70%가 세종시에 와있다. 그런데 경제관련 정부회의는 70% 이상이 서울에서 개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당정청 회의에서도 경제사령탑이 있는 세종시의 정부기관 공무원들은 회의 자료를 만들어 서울 출장을 가야하는 등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이런 일이 다반사가 되어 있다는 것이 세종시 현안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지 이미 오래다. 세종시는 올 가을 행정안전부까지 내려오면 명실공히 '행정중심도시'가 되지만 세종시를 만든 것은 이런 식의 '서울 회의'를 위한 자료작업이 중심이 되고, 서울 출장에 시간과 경비를 소모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되면 세종시는 당초 계획했던 국토균형발전과는 거리가 먼 건설교통부 산하의 도시 하나를 만드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공무원만 2만 명이 넘는 '공무원의 외로운 섬'으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세종시의 기능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부처가 집중돼 있는 만큼 세종시에서 정부정책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치열한 토론도 있어야 한다. 이런 기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서울 중심의 프레임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이런 의식 변화 없이는 세종시가 아무리 부처가 늘어나고 인구가 30만을 돌파했다 해도 실질적인 국토균형은 요원하다. 이 시점에서 국회분원이 하루속히 실현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세종 정부청사는 서울 회의 자료준비와 서울 출장에 소비하는 동력을 생산적 기능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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