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칼럼]
존 엔디컷 우송대학교 총장


태풍마저 물리치는 올 여름의 더위는 말 그대로 가마솥더위다. 여름방학이면 필자도 고향 애틀랜타로 며칠간의 행복한 휴가를 다녀오곤 한다. 더워도 여름을 기다리는 이유 중의 하나다. 젊은 시절에도 여름이 좋았다. 햇빛은 강렬하고 매미는 맹렬히 울어대고 식물들은 무성한 잎을 자랑하는, 모든 것이 최고치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여름에는 늘 뭔가 신나고 재밌는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가 있었다.

올해는 바쁜 스케줄로 고향에서의 휴가는 포기해야 했지만 대신에 다른 여러 가지 즐거운 일들이 있었다. 필자는 대한민국 육군교육사령부에 방문했다. 설립 67주년을 기념해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 헌신한 대한민국 육군의 역사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더욱 기뻤던 것은 47년 전 박사학위를 준비하던 필자에게 큰 감동과 위안을 줬던 지휘자 마이클 틸슨 토마스 경과 그가 이끄는 오케스트라를 대전에서 만나게 됐고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시간을 초월해 아주 오래전으로 돌아가 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싱가포르 PSB 아카데미에 방문해 학생들의 현지 취업과 복수학위를 위한 협약서에 서명하고 싱가포르에 있는 AACSB 협회 사무실을 방문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프랑스 보르도에서 온 필자의 오랜 친구를 만났다. 출장으로 한국에 온 터라 점심식사만 함께할 수 있었지만 그 반가움만큼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고국으로 휴가를 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이렇게 보상받는 것 같았다.

올해 여름은 필자가 한국에 온 이후 최고로 더웠다. 이렇게 더운 여름, 방학을 맞이한 우리 학생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어떤 학생들은 외국에서 어학을 연마하고 있을 것이고, 또 어떤 학생들은 여행을 떠나기도 했을 것이며, 또 어떤 학생들은 열심히 전공과 관련된 실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시원한 곳에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지 않고 철을 모르는 젊음의 특권답게 ‘더위야 덤벼라’ 하는 마음으로 뜨겁고 열정적으로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철을 모른다’는 말은 ‘철이 없다’의 다른 말로 농사를 주로 짓던 시절에 씨를 뿌리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자연의 법칙을 모른다는 뜻이지만 우리 학생들은 조금 다른 의미로 철을 모르는 것 같다. 농경시대에는 철을 알아야 풍성한 수확을 얻는 능력자로 인정받았겠지만 요즘시대에는 어떤 상황에서든 문제해결능력을 갖추고 주변사람들과 소통에 능하며 다양한 정보 속에서 통섭하고 융합할 줄 아는 사람을 능력이 있다고 인정한다.

그런 능력은 지식과 경험에서 나오는데 그런 것들은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적극적인 도전만이 그런 능력을 쌓게 해준다. ‘5월의 새로운 환희 속에서 눈을 그리지 않듯, 크리스마스에 장미를 갈망하지 않는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왜 이렇게 덥냐고 투덜거리며 겨울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여러분 모두가 이 여름의 에너지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를 바란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나무들은 추위와 무더위와 장마를 견뎌야하기 때문에 뿌리가 깊게 내리는데 기후가 대체로 따뜻하고 비와 안개가 많아 물이 넉넉한 영국의 나무들은 뿌리가 얕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뜨거운 햇볕은 벼를 영글게 하고 과일의 과육을 키운다. ‘더운데 어떻게 지내냐’는 인사가 일상이 된 요즘 철모르고 더위를 맞고 있는 철부지가 이 더위에서 각자의 경험과 노력이 쌓이면 ‘철을 아는’ 성숙하고 건강한 어른으로 자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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