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판화로 되살린 ‘잊고 살았던’ 이야기들
과거의 인연 작품 속에 담겨

▲ 엽서. 미룸갤러리 제공
판화로 주목받는 박관우 화백이 오는 30일까지 우리가 잊고 살았던 이야기들을 목판화로 재연한 작품을 대전 미룸갤러리에서 전시한다. 박 화백은 유화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중학교 시절부터 판화로 주목을 받았다.

그의 목판화에 등장하는 사물들을 보면 우리가 잊고 살았던 풍경이나 슬픔이나 상처 등을 수를 놓듯 펼쳐져 있다.

작가가 본 풍경과 삶이 일치하지 않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클 수밖에 없다. 그걸 삭히고 삭혀 목판화로 세상에 내놓았다.

1980년대 우리네 거실에는 가족사진이 중심을 이뤘다. 2만 불 시대에 들어서며 일어난 풍경이다.

그렇게 시작한 풍경은 3만 불 시대를 눈 앞에 두고 거실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족사진에서 그림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 박 화백은 이번 전시를 그 시절 가족사진처럼 거실 벽에 그림 한 점 걸어놓으면 어떨지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굳이 작품을 걸어놓지 않더라도 가족 사진 옆에 달력에서 오린 그림을 액자로 만들어 걸어놓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며 “우리 주변에서 12달 풍경을 담은 달력들을 흔하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렇게 미술작품을 보는 마음을 기르다 보면 미술관이나 주변의 작은 갤러리들을 방문하고 가족들과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시간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박관우 화백은 가고 싶었던 세상이나, 마음속에 품었던 사랑이나 놓아버리고 싶었던 슬픔을 놓지 못하고 살다 판화로서 정리하고 있다. 단순한 과거의 회상이 아니라 과거에서 만났던 인연들을 하나하나 품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는 박관우 화백의 목판화 30점을 선보일 예정이며 모두 3~12호의 작품들이다. 전시 공간은 네 개로 나눠져 있는데 파티션에는 포스터로 쓰인 ‘한라산 백록담’이 걸린다. 큰 방은 ‘장독대’를 비롯해서 ‘미모의 여인’ 등 15점, 작은방 1은 ‘세계의 글’ 등 작품 8점, 작은 방 2는 파타고니아 등의 작품 6점이 자리한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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