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감독관, 처리기간 등 집무규정 안지켜… 진정 9개월째 답보
“단순 진정사건 처리 지연 이해안돼”…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다”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소속 근로감독관들이 집무규정을 어겨가며 청소년들의 진정 사건을 늑장 처리해 진정인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9일 충남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천안 소재 A 당구클럽에서 7개월가량 아르바이트를 하다 퇴직한 한모(22·여) 씨는 지난해 12월 업주가 연장·야간수당, 주휴수당, 휴업수당 등을 미지급했다며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진정을 제기한 지 9개월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았고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담당 근로감독관은 3번이나 바뀌었다. 한 씨에 대한 마지막 조사는 지난 2월을 끝으로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담당 근로감독관은 집무규정 조차 지키지 않았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42조에 명시된 처리기간은 사건 접수일로부터 25일이다. 부득이한 사유로 처리기간을 연장할 경우에는 1회에 한하며 신고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 민원처리기간 연장 통지서를 신고인에게 통보해야 한다. 그럼에도 처리기간이 지난 경우 매월 1회 이상 전화 또는 서면 등으로 처리 지연 사유와 예상처리기일을 알려야 한다.

그러나 한 씨는 이러한 동의는 물론, 안내조차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 씨는 “감독관은 저에게 소리 지르고 윽박지르며 고압적인 태도로 강압적으로 조사했다.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러한 근로감독관의 늑장 처리 사례는 또 있었다.

아산의 B 패밀리 뷔페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이모(18) 군의 체불임금 진정사건이 4개월이 넘도록 결론 나지 않고 있다. 이 군의 경우 만 18세 미만이었음에도 하루 11시간, 주 55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했고 연장근로 수당 및 휴일근로수당 등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에도 담당 근로감독관은 처리기간 연장에 대한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부친의 사망과 모친의 연락 두절 등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이 군은 현재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된 상태다. 함께 지내던 삼촌 집에서 나와 혼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 군이 사업주로부터 받아야 할 돈은 7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처리가 늦어지면서 이 군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의 심준형 노무사는 “해당 사건들은 노사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된 것이 아닌 단순 진정사건인데 왜 이리 처리가 늦어지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천안지청이 청소년 진정사건 처리를 소홀하게 한다는 반증 아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담당 근로감독관들은 “상시근로자 수에 있어 의견이 상이하다”, “법리적인 쟁점이 있어 검토할 것이 많다. 담당하는 사건이 많아 처리가 늦어졌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면서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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