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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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자유, 예술의 도시라는 기대를 안고 찾아간 파리의 모습에 많은 관광객들이 실망을 금치 못한다. 일종의 배신감이 느껴지면서 오래 상상하던 나름의 이미지는 깨어지곤 한다. 하루 이틀 스쳐가는 관광일정으로 방문하는 패키지 여행객들이 그러한데 어긋난 풍경의 첫 요소는 악취. 특히 소변과 찌든 담배냄새 등이 복합적으로 풍기는 불쾌한 감각 그리고 길바닥에 널린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그 뒤를 잇는다.

미화원들이 나름 열심히 청소를 하고 청소차가 물을 뿌리며 거리를 닦아내지만 끊임없이 쌓이는 쓰레기는 고풍스러운 '빛의 도시'를 훼손하는 이단아로 군림하고 있다. 이런 불결한 환경을 만드는 사람들 중에는 물론 파리시민도 있겠지만 단위면적당 관광객 밀도가 세계1위인 만큼 여행자, 타지역 사람 그리고 사회에 불만을 가진 이민자, 난민, 일시거주자 등 여러 계층이 섞여 있을 것이다.

공중화장실<왼쪽 사진>이 시내 곳곳에 설치되었지만 절대량이 부족하고 유료인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파리시 당국은 '위리트로투아르'라는 친환경 소변기<오른쪽·연합뉴스>를 시내 보도 곳곳에 설치하였는데 이 조치가 지금 세계적인 토픽으로 회자되고 있다. 조성된 위치의 적절성 여부, 더러는 민망스러운 광경을 만들기도 하고 여성용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불평도 높다.

파리시 당국은 이 보도용 소변기 설치를 밀고 나갈 전망인데 도시 악취를 줄여보려는 고육지책이겠지만 다른 방안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기야 1880년대 후반 에펠탑을 세울 때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극렬한 반대가 드높았지만 그후 프랑스 나아가 유럽의 상징물이 되었듯이 이 생뚱맞은 보도 소변기도 훗날 파리의 명물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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