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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묵 대전시개발위원회장


2018년 여름은 정말 잔인하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폭염과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또 견디기 어려운 낮을 보내고 나면 계속되는 열대야로 충분한 수면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 더러는 태풍이 올라와 들끓는 대지에 물을 뿌리기도 하는데, 금년에는 그런 기회마저 없었다. 실로 자연의 현상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가를 절감하게 해 준다. 한반도 어디에든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지 않는 곳이 없다. 강원도 태백의 매봉산은 매년 우리의 여름 식탁에 고랭지 채소를 공급해 주던 곳이다. 1300m 높은 산지에서만 가능한 채소를 길러 출하해 왔었는데, 올해는 이곳의 기온마저 30℃를 넘어서 배추가 자랄 수가 없다. 푸르러야 할 배추가 누렇게 무름병를 견디지 못하고 썩어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바다도 역시 그렇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로서는 잡는 어업보다 양식 어업에 의존해 왔는데, 그것마저 여의치 못한 실정이다. 수온이 너무 높아 바닷물인지, 온천물인지 알 수 없어 해수욕장에도 사람이 없다. 수심 20m는 들어가야 양식고기에 알맞은 수온을 만날 수 있다하니 양식어업도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매일 허옇게 죽어나가는 고기를 건져 올리면서 가슴 쓸어내리는 어업 종사자들의 한숨소리가 눈물겹다. 들판의 실정도 매일반이다. 금년의 이상기온은 애당초 착과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우리의 주변에서 언제나 간식을 제공해 주던 감, 대추, 밤, 사과, 배, 자두, 포도, 복숭아 등 모든 과실수들이 제대로 열매 맺지 못하였다. 뿐만 아니라 수박, 참외, 토마토, 고추, 생강과 같은 과일과 채소들도 온전한 것이 거의 없다.

이런 폭염과 가뭄 피해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앞으로 매년 심화될 것이라는 예고를 접하면서 우리의 근심은 깊어지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런 현상은 일어나는 것일까. 우리는 이 폭염을 원망할 권리가 있을까. 우리 스스로 반성하며 대비책을 찾아야 할 때다. 환경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지구의 온난화를 진즉부터 지적해 왔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동안 이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는 실수를 거듭했다. 지구의 표면에서 발생한 불량가스가 오존층에 도착하는 데는 7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폭염과 가뭄은 칠년 전에 우리가 발생시킨 셈이 된다. 그러니 앞으로 우리가 올바르게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불량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해도 7년의 후에나 좀 나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2018년 여름은 잔인했다. 또 우리 앞에 다가올 겨울은 훨씬 더 춥고 매섭다고 한다. 이쯤에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삶터인 자연을 올바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연은 우리의 이용할 대상이 아니라 같이 살아가야 하는 동반자다. 현재의 속도로 자연을 파괴해 간다면 지구상에는 인간이 10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를 신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병든 지구의 완전한 회복을 위해 전 세계가 하나로 뭉쳐 힘을 모아야 할 때인 것 같다. 올해 폭염과 가뭄처럼 잔인한 시련은 더 이상 없기를 기도하면서 동반자 자연을 다독이는 인간의 배려가 함께 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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