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도 재난이다.” 20여년 넘게 하늘만 쳐다본 청주기상지청 한 예보관의 말이다. 더워도 너무 더운 탓에 그는 지인들로부터 ‘언제쯤 더위가 끝나냐’는 푸념을 듣기 일쑤다. 더위 책임을 기상청 관계자에게 묻는 건 역설적이지만, 그만큼 인내심의 한계가 느껴지는 가마솥더위다. 청주에서는 이미 30차례 이상의 열대야가 관측됐다. 종전 최다였던 2013년 ‘뜨거운 여름밤’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걱정이다. 22일 이전까지는 무더위를 식혀줄 단비 소식도 없다.

이렇게 더운 요즘 충북 등 자치단체의 대책은 어떨까. 선뜻 생각나지 않는 건 무더위에 지친 기분 탓만은 아니다. 무더위쉼터 운영, 횡단보도에 세워진 그늘막, 도로 열기를 식히는 살수차. 우리가 최근 자주 보는 광경이다. 폭염 피해를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쉽다. 얼마 전 청주시는 폭염 대책으로 무더위쉼터에 일제히 비상구급함을 비치했다. 온열 질환자들을 위한 대책이라고 청주시는 설명했지만 내용물은 찰과상 등 피부외상 응급처치 위주다. 의학 관계자들은 ‘수분 섭취가 우선인 온열 질환에 뚱딴지같은 처방’이라고 조롱한다.

뙤약볕 속 길거리를 걷는 시민들을 위해 도심 교통섬 등에 설치된 그늘막도 사정은 별 반 다르지 않다. 황급히 설치된 그늘막 대부분은 해당 지역 주민센터가 사계절 내내 쓰는 행사용 천막이다. 지역 금융기관이 무상 지원한 그늘막이 조금 거들고 있는 수준이다. 한술 더 떠 지방의회는 생색내기 활동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자체는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폭염 자연재난 지정’ 법안 통과만을 대책 마련의 호기로 보고 있는 듯하다. 한계가 뚜렷한 자체 재난관리기금 말고 정부의 통 큰 예산 지원을 바라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되묻고 싶다. “다른 길을 찾기 이전 최선을 다했는지…” 어떤 창의력도 기대할 수 없고 하늘만 바라보는 ‘천수답’ 행정은 이제 지양하길 바란다.

김용언·충북본사 취재부 whenikis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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