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규 대전마케팅공사 사장

올 여름 무더위는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111년만에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는 등 역사상 최고의 기온을 기록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무더위로 인해 처음 겪는 일들도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 보다 8배나 많을 정도로 급증하고 양산 판매가 우산 판매를 처음으로 능가하고, USB 미니 냉장고 등 이색적인 냉방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무더위 쉼터라는 곳도 처음 생기고, 카페와 마트 등을 전전하는 폭염난민이라는 색다른 풍경도 나타나는 등 올 여름은 심지어 동남아시아 지역 나라들이 오히려 더 시원하다는 얘기까지 들릴 정도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지금 우리나라 더위가 본인이 몇 년전 파키스탄에서 2년여간 근무하면서 겪었던 무더위에 비견할만 한 것 같다. 열대 사막성 기후인 파키스탄의 여름철 날씨는 연일 40°를 오르내리는 데도 전력사정이 여의치 않아 한낮에는 거의 근무 못하고 아침저녁으로만 일하면서 고생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에 비하면, 올해 우리나라 여름 날씨는 그래도 견딜만 하다고 느껴진다.

모든 일이 상대적일 수는 없지만, 생각만이라도 상대적으로 해보게 되면, 확실히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힘을 얻고 이겨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무더위 속에서 지난 연말연초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개최되던 중에 겪었던 혹독한 추위라던지, 또 이번 겨울에 또 겪을 추위 등을 생각해보면 지금 더위를 식히는 데 다소 위안이 되지 않을 까 생각해본다. 더 나아가 역설적으로도 접근도 해보고, 기존 틀에서 벗어나 생각하거나, 긴 시간관념으로 바라보는 등 만사를 가급적 다양하고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고 대하게 되면, 극단의 경험을 견뎌내거나 새로운 환경변화에 적응하면서 이겨내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도 뒤집어 보면 결국 성공이 실패의 어머니가 될 수 있고, 기회가 또 위기일 수도 있다는 것처럼, 더위가 절정이면 추위가 곧 시작되는 전조라고 생각하면서 위안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주역에서 말하는 물극필반이라고 어떤 일이 극에 달하면 반전이 시작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기존 틀에서 벗어난 박스 밖(Out of box) 사고방식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하여 창의성에 매우 유용하다고 알려져 있는 데, 창의성 뿐만 아니라 좀 더 넓게 생각해보게 해준다는 면에서 어려울 때 위로에 도움도 되고 힘이 되는 데 요긴하다고 생각된다.

장기간 시간관념을 가진 대표적인 사람들로 인도인들은 무한한 시간의 순환성, 영속성을 믿기 때문에 시간준수에 대한 관념이 희박하고, 수십년 수백년의 시간도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기고 그리 연연하지 않는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특이하게도 힌디어로 어제와 내일을 나타내는 단어가 똑같이 '깔'이라고 하는 같은 단어를 쓴다고 한다. 그 단어가 어제를 나타내는 지 내일을 얘기하는 지는 말하는 문맥을 잘 살펴서 판단해야 할 정도로 인도인들은 느리고 애매하지만 느긋하고 유유자적한 삶이 더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이 아닐까.

올 여름 무더위는 그동안 기상관측 기록 등에서 미처 예상치 못한 새로운 현상이라고 한다. 이처럼 예상치 못했던 어려운 일들은 언제던지 일어날 수 있고,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생각해보거나 기존 틀에서 벗어나는 등 다양한 마음을 가지고 대응하게 되면 더 큰 어려움이 있더라도 충분히 대비하여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 올 여름 무더위가 전해주는 지혜가 아닐 까 생각하게 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