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독일인의 삶' 출간

나치 선전부장 괴벨스 비서 "난 잘못한 게 없어"

'어느 독일인의 삶'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독일 나치 선전부장 요제프 괴벨스의 비서 회고록이 번역 출간됐다. '어느 독일인의 삶'(출판사 열린책들).

1942년부터 1945년까지 괴벨스 비서로 일한 여성 브룬힐데 폼젤의 증언을 정치학자 토레 D. 한젠이 정리한 책이다.

이제 106세가 된 노인 폼젤은 여전히 자신이 잘못한 게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자신은 당시 나치 만행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난 잘못한 게 없어요. 그러니 져야 할 책임도 없죠. 혹시 나치가 결국 정권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독일 민족 전체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그건 어쩔 수 없지만요. 그래도, 그건 우리 모두가 그랬어요." (206쪽)

그는 어떻게 그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

1911년 베를린에서 태어난 그는 자신이 엄격한 분위기의 가정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순종적인 태도를 가지게 됐다고 회상한다.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고 개인의 성공에 대한 욕망이 우선이었으며, 자기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 평범한 인간이었다고 자신을 묘사한다. 그의 삶을 관통하는 이런 키워드들로 인해 괴벨스의 행위로부터 스스로 거리를 두고 현실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물론 어리석었다는 면에서는 책임이 있어요. 하지만 원래 어리석게 행동하려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저들은 제1차 세계대전의 패전 후에 우리에게 새로운 도약을 약속했고, 처음 몇 년 동안은 실제로 그리될 것도 같았어요. 전쟁에 패배한 뒤 도저히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배상 협정에 묶여 있던 낙담한 국민들에게 민족의 부흥을 약속하는데 누가 마음이 동하지 않겠어요?" (186쪽)

전쟁 막바지에 이르러 지하 벙커에 숨어 독일의 패배를 인지하고 항복 깃발까지 손수 만든 그는 결국 러시아군에 체포돼 5년간 특별 수용소에 수감됐다가 풀려난다.

폼젤 이야기를 정리해 이 책을 쓴 저자 한젠은 폼젤이 그 자신의 말대로 나치의 만행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 알려고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그의 도덕적 채임은 면책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책은 나치 부역자의 변명을 전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기 위해 펴낸 책으로 읽힌다. "나는 그저 평범하고 나약한 인간일 뿐"이라며 정치·사회적인 문제들을 쉽게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과연 올바르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폼젤은 이렇게 말한다.

"오늘날 우리는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 끔찍한 일들을 텔레비전으로 생생하게 보고 있어요. 또 수백 명의 난민들이 바다를 건너다 죽는 것도 보고 있어요. 하지만 그게 끝이에요. 방송이 끝나면 금세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고개를 돌리고 즐겁게 저녁을 보내죠. 그런 걸 본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바뀌지도 않아요. 그런 게 인생이겠죠. 모든 게 그렇게 섞여 있는 게 난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214쪽)

박종대 옮김. 328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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