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유적 필수답사코스에도 꽤 떨어진 진입로에 안내판
전남독서토론 참가자들 제작, 비석은 비포장도로 외딴곳에
도교육청 “정식안내판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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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러시아 우수리스크 수이푼 강변에는 ‘헤이그 특사’로 유명한 충북 진천 출신 독립운동가 보재 이상설 선생의 유허지가 있다.

1917년 3월 2일 망국의 한을 품고 48세를 일기로 눈을 감은 보재 선생의 유해가 뿌려진 곳이다.

이상설 선생 유허지는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 크라스키노 안중근 의사 단지동맹비 등과 함께 러시아 항일 유적지 필수 답사 코스이다.

충북 도내 중학교 인문동아리 연수단은 지난 8~13일 우수리스크 등 러시아 연해주 지역 항일 독립운동 발자취를 답사하는 연수를 다녀왔다.

그러나 비석은 비포장도로 변 풀숲이 우거진 외딴곳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허지 위치를 알려주는 제대로 된 안내판이 없다 보니 현지 지리를 아는 동행자가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유허지에서 꽤 떨어진 진입로에 작은 목재 안내판만 덩그러니 서 있다. ‘전남독서토론’ 참가자 일동이 만든 것으로 돼 있다.

지자체와 교육청 등이 항일 독립운동가들을 기리기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진천군은 이상설 선생의 기념사업을 하고 있고, 충북도교육청은 선생의 애국정신과 교육에 대한 열정을 본받자는 취지에서 선생이 만주에 세웠던 신학문 교육기관 ‘서전서숙’을 본 따 서전중·고등학교를 신설했다.

일각에서는 각계가 참여하는 사업 추진 협의체를 구성, 성금 등으로 기금을 마련한 뒤 러시아 당국의 승인을 받아 유허지 주변을 정비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충북교육이 보재 선생의 교육 구국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만큼 우수리스크 선생의 유허지 진입로에 정식 안내판 설치를 위해 관계 기관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설 선생은 을사늑약 후 국권 회복을 위해 망명길에 오른 뒤 12년간 연해주, 만주 등지에서 조국 광복에 헌신하다 병을 얻었다.

그는 임종 전 “조국 광복을 이룩하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니 어찌 조국에 돌아갈 수 있으랴. 내 몸과 유품, 유고는 모두 불태우고 그 재마저 바다에 날린 후 제사도 지내지 말라”고 유언을 남겼다.

정성수 기자 jssworld@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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