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령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장

기원전 20년 전부터 인류는 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농약을 대신해 유황가루 등 천연물질을 활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과학의 발달 등으로 고효능의 화학농약이 개발돼 농업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증가했기에, 농산물 생산성 향상에 농약이 만능으로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1962년 미국의 학자인 레이첼 카슨의 저서 ‘침묵의 봄’ 에서 농약이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이 드러났고 인체에 위해가 큰 맹독성, 고독성 농약은 사용이 중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그 외 농약들이 농산물에 잔류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증산 중심의 정책을 추구했으나, 2000년대 초반 품질과 안전성이 확보된 농산물 생산·소비로 그 기조가 바뀌게 됐다.

이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 충남지원은 1990년대 후반부터 농장에서 식탁까지 안전한 농산물 공급을 위해 농약 등 유해물질에 대한 안전성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안전성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어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국가 간 교역이 활발해 지면서 식품 수입량이 계속 증가함에 따라 농약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농산물의 수입도 불가피해졌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정부는 국민에게 보다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2019년 1월 1일부터 모든 농산물에 대해 농약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LS)를 시행할 계획이다. PLS제도란 작물별로 등록된 농약만 사용하고, 잔류허용기준이 없는 농약의 경우 일률적으로 0.01ppm(㎎/㎏)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PLS제도 시행 전에는 작물에 기준이 미 설정된 농약도 국제기준(Codex), 유사작물 기준을 적용함에 따라 사용이 가능 하나, 제도 시행 후에는 원칙적으로 사용이 금지된다. 정부는 PLS 연착륙을 위해 제도시행 이전 비의도적 오염(토양잔류, 항공방제 등)과 농약직권등록확대 등에 대한 보완대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하고 있으며, 추후 농업현장 의견을 반영한 매뉴얼을 개선해 신속히 보급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보다 중요한 것은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수요를 감안해 생산자가 올바르게 PLS제도에 대해 이해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PLS 도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화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과제가 됐다. 때문에 PLS 제도가 올바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농관원 충남지원은 적극적인 홍보와 내실있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잘못된 농약사용 관행이 바로잡히고, 보다 안전한 농산물이 소비자에게 공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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