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일 계속되는 폭염은 농작물까지도 재난 수준으로 피해를 주고 있음이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야산의 멧돼지, 고라니 등이 농작물을 마구 해쳐 농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아직 야생동물의 피해가 나타날 시기가 아닌데 농촌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멧돼지 등이 가뭄으로 물이 마르게 되자 물을 찾아 동네 인근에 내려와 고구마, 옥수수 등으로 갈증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충남 서산지방에만도 올해 벌써 72건의 야생동물 출몰 신고가 접수됐을 정도다. 농민들이 대책을 호소해도 당국은 야생동물보호법에 의해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이라는 답이 돌아오고 있다. 야생동물의 때 이른 출몰을 두고 전문가들은 폭염으로 인한 식수원 고갈 외에 지나친 개체 수 증가를 지적하기도 한다. 멧돼지의 개체수가 증가하자 영역 싸움이 벌어지게 되고 세에 밀린 무리들이 마을 인근으로 내려온다는 것이다.

문제는 야생동물, 특히 농작물에 결정적으로 피해를 주고 인명피해마저 주는 멧돼지의 개체수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 조사에 의하면 전국에 26만 마리 이상이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00ha당 평균으로 치면 3,7마리가 되는 것이니 멧돼지가 넘쳐난다는 말이 과장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수도권과 광역시는 훨씬 많은 개체수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4년 수렵장 개설허가 시행이후 이 지역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대전시의 경우 충남의 0.5마리 보다 거의 10배 가까운 서식밀도를 보이고 있다. 도심까지 멧돼지가 출몰하여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도 멧돼지가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휘젓고 다니다 경찰과 소방관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제 야생동물의 출몰을 어떤 이유로도 손 놓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광역시에도 일정한도 내에서 수렵허가를 내주는 방안을 모색해 봄직하다. 농작물 피해가 극심한 지방은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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