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태우는 농민들, 서부면·결성면 가장 큰 피해
메마른 논… 바닥까지 갈라져, 살수차 물대도 해갈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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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12시경 홍성군 서부면 어사리의 한 논.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논 중심부의 물이 메말라 있다. 갈라진 틈은 깊이 3~5cm 이상으로 땅 속 깊숙한 곳까지 건조하게 말라 있다. 옆으로 자라고 있는 벼줄기도 노랗게 메말라 가고 있는 모습. 조선교 기자
“물 없이는 벼가 일주일을 못 버텨요. 내일이면 용수 지원도 끝난다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 답답하기만 하네요.” 폭염과 가뭄이 계속되면서 충남 15개 시·군 중 농작물 피해가 가장 극심한 홍성지역. 그 중에서도 서부면과 결성면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12일 오후 12시경 찾은 서부면의 논들은 논인지 밭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메말라 있었다. 극심한 가뭄으로 논 전체가 바닥까지 3~5㎝ 깊이로 갈라져 있었다. 갈라진 틈새에 손을 넣자 안쪽 깊숙한 곳까지 바싹 말라 물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손에 닿은 흙이 바스라졌다.

멀리서 바라본 논은 흡사 추수기간이 다가온 것처럼 황금빛으로 보였지만 실상을 달랐다. 지금쯤이면 이삭이 영글 때지만 이삭은 온데간데 없고 볏잎이 뻘겋게 타들어간 것이었다. 서부면 어사리 이장 김갑수 씨는 “용수를 지원하던 면사무소 예산도 바닥났고 농협 지원도 내일까지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벼가 살아도 이삭이 안 맺혀서 수확량이 바닥을 칠 것”이라며 “메마른 논을 보면 속이 시커멓게 타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같은날 오후 1시경에는 살수차(16t) 1대가 어사리 농로에 들어섰다. 살수차가 20여 분 남짓 논에 물을 댔지만 물은 금세 흔적도 없이 바닥으로 스며들었고, 논 반대편에는 물기가 한 방울도 닿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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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12시경 홍성군 서부면 어사리의 한 논.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논 중심부의 물이 메말라 있다. 조선교 기자
부리나케 달려와 이를 지켜보던 농민의 얼굴은 잔뜩 굳었다. 살수차의 진입이 어려운 논·밭의 경우 지하수까지 메말라 대부분 고사 수준에 다다른 상태였다. 홍성군은 지난 6일부터 홍보지구의 용수를 끌어오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대다수의 논과 밭에는 닿지 못하고 있었다. 서부·결성면에서는 이 같은 가뭄 피해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이는 두 지역이 서해안과 인접해 흙 속의 염분이 높고, 지형적으로 큰 하천 등이 없어서 용수가 부족한 곳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증발량까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영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서부·결성면 뿐만 아니라 도내 각지에서도 가뭄 피해는 속출하고 있다. 10일 기준으로 도내에서는 벼를 비롯해 특작물, 채소류, 과수 등 200.2㏊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김갑수 씨는 이 같은 상황을 두고 “행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미리 관정을 뚫거나 준비하면 될 텐데 매번 가뭄이 한참 시작된 뒤에 대책을 마련하려 한다. 농민들이 마음 고생 없이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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