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택민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원장

'배탈이 났을 때는 매실 청을 물에 타서 마시면 된다'거나 '머리가 아플 때는 손의 특정부위를 자극하면 된다'는 민간요법들은 누구나 한 번 쯤은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전통지식인 허준의 동의보감은 한의학에 대한 임상의학사전으로 각 병증별로 분류해 치료법을 정리하는 등 그 체제 또한 잘 정리되어 있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며 동양의학서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모두의 지식이었던 민간요법, 나아가 한의학으로 구체화된 전통의약 지식은 K-medi라는 이름으로 한류를 견인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헬스 케어 시장이 급부상하면서 전통의약 시장 또한 확대되고 있다. 이에 전통지식을 기반으로 한 한의약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더불어 천연물(소재) 등을 활용한 특허출원도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풍부한 전통의약지식을 기반으로 국내 연구소 및 기업이 활발하게 전통의약에 대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통의약의 세계화와 관련한 지식재산권 창출에 있어 우리나라의 현 위치는 어떠한가? 또 다른 나라는 전통의약 분야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는가? 전통지식에 대한 새로운 보호체계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논의 시류의 파악 및 국내 정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과거부터 전통지식은 인류의 공동유산이라는 인식 아래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개방체제로 이용돼 왔다. 이러다 보니 다국적 기업들은 개발도상국의 자원이나 전통지식에 무작위로 접근, 이를 활용해 신물질 등을 개발했고 특허로 출원하는 등의 독점배타적 권리를 보장하는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고 전통지식의 중요성과 이를 활용한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고조됨에 따라 기존의 지식재산권 제도의 불합리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져 왔고 전통지식에 대한 새로운 보호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전통지식에 대해 '인류공동유산'이 아닌 '공동의 관심사 및 공동의무'라는 개념으로 국제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는 전통지식의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전통지식의 철저한 관리를 통해 다른 나라의 부당한 지식재산권 침해를 방어하고 전통지식을 권리화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논의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 상호협력체계의 구축, 국내외 분쟁 및 갈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점증하고 있다.

더불어 전통지식에 대한 지속적인 탐색 및 수집, 데이터베이스화를 통해 전통지식 산업을 선도하고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는 등 특허뿐만 아니라 상표제도 및 독자적 보호방안 등 다양한 관점에서의 지식재산 보호 모델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특허청을 정점으로 관련 부처 간 협업을 통한 전략적·체계적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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