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투게더] 19 상처투성이 가족 - 3편
아이들 위해 ‘생계전선’으로…
경자氏 희망은 막내 수정이뿐
내년에 중학교 입학, 걱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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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경자(53·가명) 씨는 약했지만 ‘엄마’ 경자 씨는 강했다.

30년 전 직장동료였던 남편의 겁탈로 강제 결혼할 수밖에 없었던 경자 씨는 매우 나약한 존재였다. 도움을 요청할 곳도, 힘도 없었고 친정에는 더욱 더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꽃다운 나이 경자 씨는 여자가 아닌 엄마라는 삶을 택했다.

아들 셋에 막내딸을 둔 엄마 경자 씨는 강해져야 했다.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은 하루가 멀다 하고 술에 취해 가족들에게 폭행을 일삼았고 제대로 된 생활비 한번 가져오지 않았다. 쌀 살 돈도 없었던 경자 씨는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까지 걸렸지만 자식들만큼은 굶길 수 없었다.

경자 씨가 생계전선에 뛰어든 것은 그때부터였다. 방세를 내고, 쌀을 사고 아이들도 가르치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다. 경자 씨는 떡볶이, 생선, 고물장사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했다. 오로지 자식들만 생각했다. 임신한 상태에서도 장사를 나갔고 만삭까지 일을 했지만 남편은 대낮에도 만취상태로 가게를 찾아와 행패를 부렸고 손을 올렸다. 이로 인해 경자 씨는 세 번을 유산했고 이때 입은 가슴 속 상처는 영원히 계속됐다.

어디 하나 기댈 곳 하나 없는 외로운 경자 씨는 아이들에게 의존했고 자식은 그녀의 전부였다. 하지만 악연으로 만난 남편은 경자 씨에게서 그녀의 버팀목인 아이들까지 빼앗아 갔다. 첫째와 둘째아들은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고등학교 때 가출을 한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연락두절 상태다. 셋째아들 또한 최근 군 입대로 집을 떠나게 돼 경자 씨가 의지할 곳은 이제 막내딸 수정(13·가명)이 뿐이다.

마흔이라는 늦은 나이에 생긴 하나밖에 없는 딸 수정이는 엄마가 숨 쉬는 이유 그 자체다. 수정이 만큼은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오늘도 그는 최선을 다해 수정이를 지킨다. 내년이면 중학교에 입학해야 하지만 불안정한 가정환경으로 수정이는 몹시 위축돼 있고 자신감이 떨어진 상황이다. 경자 씨는 “수정이 교육도 걱정이다. 배움의 기회가 충분하지 않아 수정이가 학교에서 배운 것을 물어봐도 대답해 주질 못한다. 그럴 때 정말 엄마로서 답답하고 안타깝다”며 “하루에도 사채 빛 독촉전화가 몇 번씩 오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사교육 한 번 시켜주지 못해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8월 17일자 마지막편 계속>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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