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움말=조정효 대전대 둔산한방병원 동서암센터 교수
자율 신경 관련 질환에 임상적 효능
직접적 항암효과 관련연구 기초단계
‘자연살해세포 자극’ 포함 활용 다양

한의학의 신비는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사람을 매료시켜 왔다. 그렇지만, 그 유효성에 대해선, 일부 침(Acupuncture)의 효과를 불신하는 서양의학자들과의 끊임없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사실상 침의 기원은 우리 민족과 관련이 깊은데, 한의학 최고 경전인 황제내경과 중국 선진 시대의 저술로 추정되는 대표적인 지리서인 산해경(山海經)의 폄석과 잠석이란 문헌상의 근거와 함께, 고조선의 유적에서 석침(石鍼)과 골침(骨鍼)이 발견된 것으로 미뤄 침은 동방에서 기원되었고, 시기적으로는 고조선시대부터 시작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실제 침 치료는 임상에서 골격근 통증을 포함한 모든 통증성 질환, 소화관 장애, 만성피로, 우울, 불안 등 다양한 유형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폭넓게 사용되어 왔다. 아울러 침과 관련된 치료기전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고, 가설들 또한 제시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침의 진통 효과와 관련된 치료기전으로 고전적 이론인 관문조절에서부터, 내인성 오피오이드 매개 메커니즘과 광범위한 유해자극 억제조절에 이르기까지 잘 확립돼 있다. 침은 또한 심혈관 질환, 불안 및 신경과민 같은 다양한 자율 신경 관련 질환에 대한 임상적 효능도 가지고 있다. 뇌의 신경 전달 물질을 조절해 혈압, 피부 온도, 근육 및 신경활동, 심장 박동 같은 자율신경계 반응을 조절해준다. 일부 연구자들은 침은 염증 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로써 사이토카인 조절을 통한 인체의 면역 기능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혈류 증가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침의 항암효과라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금 의아하게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실제 침 치료는 암치료 영역에서도 다양한 목적으로 치료에 활용되어 왔고, 많은 연구들이 이뤄져왔다. 다만, 대부분의 연구들이 암의 진행에 따른 증상조절과 치료에 따르는 부작용과 후유증 경감 위주로 진행되어 실제, 침의 직접적 항암효과 관련연구들은 부족하여 아직은 기초적 단계에서 가능성을 확인하는 수준으로 볼 수 있다.

그 가능성과 관련하여 2017년 Contemporary oncology란 저널에 게재된 리뷰논문(Acupuncture as anticancer treatment)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선 기존 수행되어진 실험 및 임상연구들에서 확인된 침의 면역조절 효과를 통해 침의 직접적인 항암효과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제시된 기전으로 대표적인 것은, 자연살해세포(NK cell)의 자극을 통한 단백분해효소의 분비 유도를 통해 DNA 손상을 야기하는 것이고, 또한 자연살해세포 표면에 있는 종양괴사인자 리간드에 의한 세포자살의 유도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특정 경혈의 항암효과에 대해서도 일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비록 단편적인 연구에 불과하지만 족삼리에 대한 자극이 암세포의 티일로미어를 현저히 줄여서 암세포의 분열을 억제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는 그 유효성의 인정을 위해선 많은 후속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임상적 활용의 편이성과 안전성으로 암 치료에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의학논문 검색사이트 중 가장 다빈도로 활용되는 펍메드(Pubmed)에서 acupuncture(침)로 검색을 하면 수만 건에 달하는 논문이 검색된다. 이는 침 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해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더 이상의 논쟁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더구나, 우리 민족의 소중한 자산이기도 한 침은 더 이상 비난과 폄하의 대상이 아닌 암 치료과정에서 치료율을 올릴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어져야 할 것이다.

김일순 기자 ra11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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