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호 대전본사 편집부장

2018 러시아 월드컵은 프랑스의 우승으로 끝났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는 또 고개를 숙였다. 월드컵이 끝난 후 금세기 최고의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기록하며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이탈리아 유벤투스로 떠났다. 대한축구협회는 아직도 숱한 염문(?)을 뿌리며 새 감독을 찾고 있다. 그리고 주말마다 축구 팬들의 눈을 충혈 되게 하는 유럽축구는 새 시즌은 맞이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축구 팬들이 아니 축구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제부터 필자는 여러분이 '잘 모르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난 주 토요일 2018 K리그2 22라운드 대전시티즌과 광주FC의 경기가 열리는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한때 출입기자로서 죄책감을 느낄 정도로 오랜만에 찾는 '축구특별시 대전'의 심장부였다. 이날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점수는 같았지만, 내용은 광주가 앞선 경기였다. 자줏빛 전사들의 전투력은 여전히 보는 이를 답답하게 했다. 하지만 필자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 것은 그들의 경기력이 아니었다. 어차피 대전월드컵경기장을 가면서 레알 마드리드나 프랑스 아니 전북현대 정도의 경기를 기대하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들의 경기력보다 더 걱정된 것은 '관중석'이었다. 이날 대전월드컵경기장은 1227명이 찾았고 그 중 유료관중은 1026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어째서 인지 프로축구 클럽의 상징이자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서포터즈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멀리(멀다고 하면 안 되겠지만) 광주에서 온 원정 서포터즈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릴 정도였다. 올 시즌 대전시티즌의 평균 유료 관중은 1200명 정도다. 매 경기 1만여 명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같은 지역 연고팀 한화이글스와 비교하면 너무 잔인할까.

필자가 대전시티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미 지겹도록 나온 그들의 경기력이나 구단 운영 문제를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읍소'하기 위함이다.

축구가 재미있어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겠지만, 크게 경기력이 좋아지는 것과 관심이 커지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어떤 프로팀(혹은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곧 관중 수로 나타난다. 대전시티즌의 올해 예산은 90억원 정도로 그 중 65억여원은 시민의 혈세로 충당됐다. 한 마디로 시민들은 대전시티즌에 대한 충분한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이다. 지분이라 함은 그에 대한 권리도 있겠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공존한다. 그래, 시민들은 이 팀을 감시하고 응원해야만 한다. 한화이글스처럼 1만명은 아니더라도 경기 마다 5000~6000명은 찾아와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못하면 구단 버스도 막고 감독도 소환하고 그러다 그들이 달라지면 함께 감동해야 한다.

그것이 '시민구단'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콥(Kop)’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팬들을 지칭한다. 그들은 훌리건으로 악명 높지만 가장 충성심 높은 서포터즈로도 유명하다. 리버풀의 경기를 보면 콥이 합창하는 ‘You will Never Walk Alone'을 들을 수 있다. 말 그대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노래다. 그래, 지금 대전시티즌은 어렵다. 2015시즌 4승 7무 27패의 처참한 기록을 남기고 2부로 강등된 후 좀처럼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현재 그들은 K리그2 10팀 중 8위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혼자 걷게 해선 안 된다. 그들은 '한때’ 축구특별시였던 대전의 시민구단이다. 조금이라도 함께 걸어 보자.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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