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공작' '목격자'서 모두 주연 "성적표 두 번 받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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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 "평범한 사람들의 극적인 이야기에 끌렸죠"

올여름 '공작' '목격자'서 모두 주연 "성적표 두 번 받는 기분"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이제 한 짐 덜었나 했더니, 또 하나의 숙제가 남았네요."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성민(50)은 "올여름 성적표를 두 번 받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난다"고 했다.

그는 이날 개봉한 '공작'에 이어 오는 15일 선보이는 '목격자'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두 영화에서 이성민이 보여준 연기의 결은 전혀 다르다.

실존 인물인 대북 공작원 흑금성 이야기를 다룬 '공작'에서는 북한 외화벌이 총책 리명운 역을 맡아 액션 없이 대사와 감정 연기를 주로 선보였다.

아파트 한가운데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그린 '목격자'에서는 범인을 목격한 가장 상훈으로 출연했다. 살인자에게 쫓기는 목격자이자, 가족을 안전하게 지켜야 하는 가장, 도움을 외면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소시민으로서 다양한 감정 연기는 물론 격투신까지 소화해냈다. 그가 모처럼 원톱 주연을 맡아 극을 오롯이 이끈다.

"촬영 현장에서 더 고통스러웠던 쪽은 '공작'이었어요. 명확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각 장면의 긴장감을 배우가 대화로만 만들어가야 할 때가 많았거든요. '목격자'는 내 앞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이 바로 내 뒤에 있다는 상황이 명확했기 때문에 집중해서 연기하면 됐죠. 다만 상황이 극단적이다 보니까 에너지 소비는 엄청났던 것 같아요."


'목격자'는 올여름 개봉하는 유일한 스릴러 장르 한국영화다. 총제작비 70억 원이 투입됐지만, 200억 원대 안팎의 경쟁작들과 비교하면 덩치는 작은 편이다.

"여름 시장은 어떤 작품 하나가 잘되면 모두 독식하는 야수들이 모인 곳인데, 이 영화는 초식동물이나 마찬가지여서 솔직히 불안하네요."

이성민은 그러면서도 "아파트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극적인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매력적 영화"라고 소개했다.

'목격자' 속 상훈은 살인범과 눈이 마주친 뒤 겁에 질려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 목격자가 방관자가 된 결과는 참혹하다.

"관객들이 상훈을 미워할까 봐, '저 답답한 놈, 왜 신고를 안 하지'라고 생각할까 봐 걱정했어요. 상훈이 신고하지 않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여서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상훈은 가족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가해질까 봐 우려했던 것 같아요. 또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봤겠지, 또 신고하겠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요. 방관자효과라고나 할까요." 방관자효과는 목격한 사람이 많을수록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덜 돕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성민은 '실제 그런 범행을 목격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신고를 할 것"이라고 선뜻 답했다가 잠시 생각한 뒤 "솔직히 고백하면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성민은 2014년 드라마 '미생'에서 오상식 과장 역을 비롯해 '골든 타임'(2012), '기억'(2016), 영화 '보안관'(2016), '바람 바람 바람'(2017) 등에서 이웃집 아저씨처럼 푸근한 역할을 주로 했다. 평범하면서도 진가가 드러나는 인물들이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의 극적인 이야기가 제 취향인 것 같다"면서도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라고 했다. 영화 속 이성민을 보고 있노라면 실제 그의 모습도 궁금해진다.

"저는 지극히 평범한 가장이에요. 고2인 딸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 실망하고 돌아가죠. 배우의 딸 집이라고 해서 왔는데, 아무것도 없고 너무 평범하니까요. 평소 저는 늘 집에 늘어져 있고, 밥도 제가 해요. 딸 아이 학원도 데려다주고요. 대부분 남자처럼 극진한 대접을 못 받고 살죠. 허허."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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