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8일 간 충남에서는 77만 6610마리(6일 기준)의 가축이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폐사했다. 폐사축이 올 들어 첫 발생한 지난 6월 21일부터 매일 1만 6000여마리 꼴로 죽어나간 셈이다. 총 피해액은 3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도는 농협 가축재해보험 접수 통계를 전달받아 피해 현황을 통보하고 있다. 현황을 보면 특정 지역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한 눈에 들어온다. 논산과 부여가 그렇다. 이 두 지역의 피해는 15개 시·군에서 발생한 피해의 30%(23만 6170마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처럼 피해가 집중된 것에 대해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공무원은 없었고 궁금해 하는 이도 없었다. 대체로 “따로 분석하진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대응체계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원인을 알지 못하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숫자만 셀 거면 파악은 왜 하는가’. 갖가지 의문들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후 일부 지자체를 수소문해서야 육계 농가의 가설건축물이 더위에 취약한 탓이라는 ‘추정’을 들을 수 있었다. 이마저도 추정으로 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수십만 마리의 폐사한 닭들이 산란계인지 육계인지 조차 구분되지 않고 있어서 정확한 원인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는 폐사축 처리에 대해서도 별다른 고민이 없었다는 점이 피해 통계를 ‘영혼 없는 숫자’로 보이게끔 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농가에서 하는 일이라 따로 파악하진 않는다”라거나 “소규모 농가에서 조금씩 죽어나간 것”이라며 농가의 일로만 치부했다. 처리 방식에 대한 관련 법령을 파악하고 있는 공무원도 드물었다. 지금까지 어떻게 폐사축이 처리돼왔는 지 알 수 없는 만큼 환경피해 여부와 파생될 수 있는 문제점은 미궁에 빠져있다.

아직 여름은 끝나지 않았다. 취약한 원인과 피해 상황을 분석해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피해 발생 이후의 상황에 대한 무관심이 언젠가는 더 큰 피해로 돌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의미 없이 숫자를 확보하는 데에 그쳐선 안 된다. 여름은 내년에도 온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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