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시인 "낚시의 짜릿한 매력 알리고 싶어요"

▲ [북레시피 제공]
▲ [북레시피 제공]
▲ [북레시피 제공]
▲ [북레시피 제공]
낚시와 사랑에 빠진 시인의 에세이 '낚;詩'

이병철 시인 "낚시의 짜릿한 매력 알리고 싶어요"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낚시는 언뜻 정적인 활동으로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동적인 활동이에요.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낯선 자연으로 간다는 행위 자체가 미지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요. 일상에서 누리지 못하는, 예측불가능한 것들이 주는 짜릿함이 큽니다."

이병철(34) 시인은 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낚시의 매력을 이렇게 소개했다. 기억도 나지 않는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낚시터를 다녔다는 시인은 이런 '낚시 사랑'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에세이집 '낚;詩(시)- 물속에서 건진 말들'(출판사 북레시피)을 펴냈다.

2014년 '시인수첩' 신인상에 시가, '작가세계' 신인상에 문학평론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시집 '오늘의 냄새'와 공저 '그래, 사랑이 하고 싶으시다고?'를 냈다. 낚시 경력 25년에 붕어낚시, 쏘가리 루어낚시, 바다 루어낚시 전문가이자 웹진 '월간 쏘가리' 필진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그는 낚시와 삶과 사랑이 많이 닮아있음을, 자신이 즐기는 '흘림낚시'처럼 삶에서도 무엇이든 억지로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물살의 흐름에 맡기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홀로 안개 자욱한 새벽강에 몸을 담근 채 삶이 종종 안개 낀 바다와 같다고 느낀다. 맑아 멀리까지 잘 보이는 날은 드물고, 한 치 앞을 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때가 많다. 이 세상이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우연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안개는 말해준다.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올 때도 있고, 경험과 지식, 완벽한 계획이나 준비가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딴짓을 할 때 찌가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주변을 돌아볼 때 올라온다. 계속 붙잡고 들여다봐 봤자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시도 마찬가지, 쓰려고 하면 안 써진다. 불안과 강박을 마음 바깥으로 잠시 밀어둘 때,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리거나 창문을 열고 빗소리를 음악처럼 들을 때, 불현듯 시가 온다." (17쪽)


"좋았던 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 오늘 빈곤한 현실은 외면한 채 내일의 풍요로움만 대책 없이 낙관하는 사람은 인생이라는 낚시터에서도 꽝을 칠 수밖에 없다. 낚시는 오직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정직한 노력이 자연을 미소 짓게 하는 행위다. 그때 자연이 우리에게 물고기를 선물로 주는 것처럼, 오늘의 삶에 충실하면 세상도 너그러워져 기회와 행운, 소중한 성공들을 머리맡의 양말 안에 넣어준다." (89쪽)

책 제목에는 시(詩)가 있지만, 낚시를 주제로 쓴 시는 없다. 그러나 "그녀를 놓쳤다. 봄날의 작은 물고기처럼 따뜻하던 손을 놓쳤다. 내 생애 가장 예뻤던 시절을 나는 놓쳐버렸다" 같은 시적인 문장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낚시는 글 쓰는 일이 대부분인 그의 정적인 일상에 큰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고.

"낚시를 하는 순간에는 거기에 집중하다 보니 글감이나 시상을 떠올리는 편은 아니에요. 그래도 낚시가 자연의 풍경들을 보고 오감을 활용해 하는 행위니까 그 순간은 아니더라도 내면화되는 파편적인 이미지나 단어들이 있어요. 다녀오고 나서 불쑥불쑥 어떤 이미지들이 감각적인 인상이나 문장으로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그는 "낚시라고 하는 행위가 물고기를 잡고 요리해서 먹고 그런 레저에만 국한되는 행위가 아니라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삶과도 닮아있고 예술의 속성, 시나 문학과 공유되는 속성이 분명히 있다"며 "이 책이 낚시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그동안 지녀온 관념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낚시를 몰랐던 분들에게는 그 매력을 접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낚시를 취미로 삼는 데 비용이 꽤 많이 들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어떤 낚시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한강이나 도시 하천들에서도 가볍게 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저비용으로 할 수 있는 취미활동"이라고 답했다.

출판사는 이 책에 독자들 관심을 모으기 위해 인터넷 텀블벅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오는 14일까지 진행한다. 독자들은 후원금액에 따라 여러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오는 30일 서울 마포구(장소 미정)에서 열리는 북콘서트에서는 시인이 직접 생선회를 떠서 독자들과 함께 나누는 이벤트를 연다. 다음달 1일에는 전남 곡성 섬진강 일원에서 시인과 함께하는 1박2일 낚시 체험과 인문학 투어도 한다.

mina@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