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칼럼]
김욱 배재대 정치언론학과 교수(한국선거학회 회장)

지난 6월 20일 전국의 모든 대학이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 1단계 결과 발표에 숨을 죽였다.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된 대학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여기에 포함되지 못한 대학들은 깊은 좌절 속에서 2단계 진단에 대비해야 했다. 이번 교육부의 진단은 말이 진단이지 사실은 평가다. 구조개혁평가에서 기본역량진단으로 용어가 바뀌었지만 정해진 비율에 따라 대학의 등급을 매겨 낙인을 찍는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평가란 본질적으로 부정확하다. 특히 교육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평가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교육부가 이러한 무리한 평가를 하는 주된 목적이 대학 정원감축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입학자원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현 상황에서 정원감축은 정당한 목표라고 할 수 있지만 교육부가 사용하는 수단이 문제다. 시장논리에 맡겨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생존을 위해 경쟁력을 가지도록 하고 경쟁에서 뒤쳐진 대학들의 퇴출이나 정원감축을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들의 자발적인 통합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교육부 평가가 대학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엄청나다. 한마디로 대학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들 특히 지방 사립대학들은 일상적으로 평가 관련 업무에 매달려야 하고 대학 본연의 역할인 교육과 연구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특히 대학은 자율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조직인데 교육부의 잣대에 맞추려다보니 자율성에 기반한 차별화된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교육부 평가의 부정확성과 부정적 파급효과는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왜 이러한 평가가 계속되고 있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공약으로 대학 평가를 본질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용어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교육부가 자신의 힘의 원천인 평가를 포기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적절한 힘의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힘으로 대항해야 한다. 그런데 평가 대상인 개별 대학들이 교육부에 맞서 싸우기 어렵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학총장협의회 등 협의체를 통해 힘을 모야야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대학은 교육기관으로 정치적 투쟁에 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의 힘으로 모자란다면, 정치권과 언론이 도와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광주시의회가 대학기본역량진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성명서를 낸 것은 고무적이다. 앞으로 각 지역 단위 의회와 국회 차원에서 교육부 평가의 문제점을 심도 있게 다루고 언론 매체는 이를 크게 보도해야 한다.

모두가 평가를 받는 시대에서 대학이라고 면제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교육부가 직접 평가하는 방식 대신 대교협이 평가를 주도하고, 대학을 줄 세우는 것 보다는 문제 있는 소수 대학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방식대학 교육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인정해 주는 방식 그리고 수도권과 지방소재 대학을 균형 있게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머지않아 대학은 평가에 짓눌려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조직으로 변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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