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환 대전시 경제정책과장

한국전쟁이 끝난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10여 년간 집집마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900만 명이 넘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전쟁 후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이룬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오직 앞만 보고 살아온 세대다.

세월은 흘러 베이비부머세대의 맏형인 1955년생들이 60세가 되던 2015년 12월 대전시청도 영예로운 퇴임식이 있었다. 그날 퇴임식장을 숙연하게 만든 선배 공직자가 있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함께 참석한 10여명의 퇴직자들과는 달리 대강당을 가득매운 후배공무원과 부인이 동석한 자리에서 눈물을 펑펑 쏟아 내고 있었다. 무엇이 저렇게 서럽고 슬프게 만들었을까? 퇴직 후 그분을 만나 물었다. 그때 왜 그렇게 눈물을 많이 흘리셨습니까? 평생을 한 직장에서 열심히 근무했던 기억과 함께 퇴직 후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오버랩 되면서 감정을 통제하지 못했다고 한다. 전자인 "열심히 살아왔던 기억"은 동년배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감정일 것이다. 그러나 후자인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퇴직자 본인의 준비 정도에 따라 두려움일 수도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일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료에 의하면 2015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대전시청에서 퇴직한 공무원은 일반직 1950명중에 305명이나 된다. 퇴직 후 그들의 삶을 연구한 자료는 없다. 다만 필자가 가깝게 지냈던 분들의 삶의 행태에는 몇 가지 재미있는 특징이 있어 보였다.

첫째, 60세 정년은 너무 이르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일명 ‘일벌레’ 유형으로 앞서 언급했던 그 선배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이 길을 가고 있다. 둘째, 백세 시대, 건강이 최고다. ‘헤라클레스’ 유형으로 요일을 정해서 하루는 등산 하루는 배드민턴, 건강관리에 매진하는 분도 있다.

셋째, 자연으로 돌아가라. 일명 ‘루소’파로 고향마을을 둥지 삼아 귀농을 선택한 이도 적지 않다. 넷째, 남은 인생은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일명 ‘자아실현’파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기를 활용하여 노인회 등 소외계층을 찾아 노래공연을 다니면서 행복을 느끼는 선배 공무원도 있다.

몇 년 전부터 이들의 삶을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나는 새로운 유형의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삶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 할까 고민을 하던 차에 몽당연필을 손에 들고 맨땅에서 공부하고 있는 네팔 학생들을 TV에서 봤다. 필리핀 여행 중에는 우리나라 60년대 학교보다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밝은 표정을 잃지 않으며 공부하는 어린아이들을 보고 인생2막의 길을 결정한 것이다.

우선 퇴직 후 통기타 10여개 정도 구입 후 낯선 이국땅 필리핀으로 떠난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거처를 정하고 낙천적인 국민성을 갖고 태어난 현지 아이들을 대상으로 기타교실을 연다. 이러한 계획은 80년대 초 장발 머리 청년이 통기타를 메고 산과 바다로 헤매던 추억의 기타를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히는 작업이다.

"음악에는 국경이 없다. 세대의 벽도 허물 수 있다." 국민성과 언어, 그들의 경제력 등 현지 사정을 종합해볼 때 필자의 인생2막을 밝혀줄 조연은 확실히 기타라고 생각하면서 오늘도 열심히 6줄 현을 퉁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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